[기자수첩] ‘규제의 틀’ 들어온 가상화폐, 새로운 성장의 기점으로 만들어야

입력 2021-06-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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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금융부 기자

제도권 밖에서 몸집을 크게 키운 가상화폐 시장의 주무부처가 정해졌다. 금융위원회가 시장 감독을 맡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블록체인 기술발전·산업육성을 주관한다. 워낙 덩치가 큰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오는 만큼 주무부처 선정에 꽤나 애를 먹었지만 결국 책임자가 정해졌다. 이 말인즉슨 가상화폐 시장이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기까지는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만난 국회의원이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무방비, 무책임, 무대책이라는 3무(無) 정책이 복합된 곳”이라고 평가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가상화폐 시장의 발전 가능성과 방향성은 정부와 정치권에 달렸다.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가 과열됐고 자금세탁의 위험성도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감독은 강화돼야 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이 초기 단계로 실체가 확실히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근본적인 대책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대신 ‘맹인모상(盲人摸象)’식의 대책을 내놓는 것은 우려된다. 가상화폐 시장과 산업이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의 틀 안에만 가상화폐를 넣으려고 한다면 기회를 놓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한 국가에서 가상화폐 산업의 가능성은 이미 증명됐다. 2017년 4월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시행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정비한 일본에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암호화폐 산업이 커 가고 있다. 부동산 구입에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존 통신·금융회사들도 가상화폐 산업에 뛰어들며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신기술에 대한 관점에서 가상화폐 시장 규제에 나서며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제도권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편입하기로 한 이상 이 시장에 대한 금융적 관점에서의 규제와 동시에 산업적 측면의 가능성을 열어두길 바란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에도 사람들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 대신 부작용만을 집중해서 봤지만, 결국 인터넷은 제조업 이후 IT산업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가상화폐 시장도 아직은 실체가 뚜렷하지 않지만, 개방적인 태도로 이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과 입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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