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익일 배송에 이어 당일 배송까지 뛰어들며 빠른 배송에 힘을 주고 있다. 아마존과의 협업을 앞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의 인기 상품을 국내 물류센터에 미리 확보한 후 배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배송 인프라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1번가는 매일 자정부터 정오까지 주문한 상품을 주문 당일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오늘주문 오늘도착’ 서비스에 나선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11번가가 보유한 물류센터를 활용한 일종의 풀필먼트 서비스다. 배달은 종합물류기업 SLX택배가 맡았다. 배송 가능 지역은 우선 서울시 전역과 고양, 남양주, 구리, 광명, 성남, 수원, 용인 일부다.
11번가는 자사 파주 물류센터에 입고된 판매자 위탁 상품과 일부 11번가 직매입 상품 중 고객이 빠른 배송을 원하는 상품 위주로 선별했다. 대상 품목은 게임기와 노트북, 휴대폰, 태블릿 등 디지털 제품과 생필품, 가공식품으로 우선 선정했다. 전체 130여 개 상품 중에서 매일 2~4개씩 엄선된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앞서 4월에는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평일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오늘주문 내일도착’ 익일배송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는 우체국의 물류센터와 배송 시스템을 활용한다. 오뚜기와 한국P&G, 동서식품, 아모레퍼시픽, 롯데칠성음료, 종근당건강, 청정원, 동원 등 국내외 23개 대표 브랜드의 음료, 건강식품, 화장품 등 생필품 등 1000여 종이 대상이다.
이외에도 최근 ‘오늘장보기’ 사업을 강화해 기존 이마트몰, 홈플러스, GS프레시몰의 당일배송 서비스에 더해 SSG닷컴과 GS프레시몰의 새벽배송을 제공하며 빠른 배송에 힘을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과의 협력을 앞두고 배송 인프라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아마존에서 파는 상품을 국내 물류센터에 미리 입고해 11번가가 빠른 배달을 담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우체국을 활용한 익일배송, 자체 물류센터와 SLX택배를 이용한 당일배송 서비스로 본격 사업에 앞서 테스트에 나섰다는 얘기다. 11번가는 아마존과 협력하기로 한 직후인 지난 3월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 스타트업체인 ‘바로고’에 250억 원을 투자해 3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바로고’는 5만4000여 명의 라이더로 국내 이륜 대행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과 사업 제휴를 염두에 둔 조직도 따로 꾸렸다. 이 부서에서는 아마존의 상품 기획과 프로모션 등을 맡는다. 상장 추진을 담당할 부서도 신설했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6월 당시 나인홀딩스가 5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2023년까지 IPO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11번가와 제휴를 추진하면서 회사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해 신주인수권을 부여받기로 한 상태다. 아마존과 협력에 이어 상장까지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쿠팡과 네이버, 이베이코리아, SSG닷컴의 신세계·이마트, 롯데쇼핑 등이 각축을 벌이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또 하나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다. 지난해 11번가의 점유율은 6%로 쿠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당초 7월로 알려진 아마존과의 협업이 지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빠른 배송이 도입 단계로 안착하지 못한 데다 11번가의 물류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탓이다. 11번가는 자체 배달 시스템을 갖추고 못했고, 지난 3월 이천 물류센터 가동이 멈추며 현재 파주 센터만 운영 중이다. 물류센터를 추가할 계획도 없다.
11번가 관계자는 “협업 시기가 7월로 알려졌지만 시장의 전망일 뿐 우리가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면서 “아마존과의 협업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진행 중”이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