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해진 전세, 늘어난 월세…월세 오름폭도 7년 만에 최고치

임대차 계약, 월세 비율 33%…'전세의 월세화' 가속
세금 강화ㆍ저금리 등에 월세 선호
전세 품귀…세입자 부담 가중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9단지' 전용면적 71㎡형 아파트를 세놓고 있는 A씨는 이달 이른바 '반전세'(보증금이 1년 치 임대료보다 큰 월세 계약)로 새 세입자를 맞았다. A씨는 4년 동안 이 아파트를 보증금 3억 원에 전세로 놨지만 이번엔 보증금을 3억2500만 원으로 높이고 월세로 매달 33만 원을 받기로 했다. 최근 주변 전ㆍ월세 시세가 급등한 데다 세금이나 현금 흐름을 생각하면 월세가 더 낫다고 생각해서다. A씨 아파트와 넓이가 같은 목동 9단지 전셋값은 7억 원에 이른다.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A씨처럼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化)가 속도를 내면서 세입자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회사 아실에 따르면 1일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1650건이다. 한 달 전(5월 1일 기준 2만2104건)보다 454건(2.1%) 줄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만5716건에서 1만6727건으로 1011건(6.4%) 증가했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올 4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율은 37.4%로 지난해 같은 달(32.6%)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아파트 월세 계약 대부분은 A씨 사례처럼 반전세 형태로 이뤄졌다.

임대차시장에서 전ㆍ월세 추이가 갈리는 건 세금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이 상향된 데다 종부세ㆍ재산세 과표인 공시가격도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다. 세금 부담이 커진 집주인으로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확보되는 월세가 세금 부담을 덜기 유리하다. 은행 금리도 낮아지면서 월세 매력은 더 커지고 있다.

반대로 전세 인기는 지난해부터 2+2년 계약 갱신 청구권제, 5% 전ㆍ월세 증액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어차피 돌려줄 돈인 전셋값도 전처럼 올릴 수 없어서다.

반대로 세입자로선 월세가 늘수록 부담이다. 전세와 달리 매달 고정적 지출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소비자 물가지수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월세는 0.23% 상승했다. 2014년 1분기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그런데도 전세난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하게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월세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세제와 임대차시장 규제, 저금리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다 보니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할 것"며 "새로 나오는 월세 물건에 맞춰 시세 역시 상향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