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노동법 처벌 규정을 국제적 수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노동법 처벌 규정이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3일 한국과 G5(미국ㆍ일본ㆍ독일ㆍ영국ㆍ프랑스) 국가의 노동관계법 처벌 규정을 비교한 결과 한국 처벌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근로시간 위반 벌칙의 경우 한국은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 미국은 벌칙 규정이 없다. 프랑스는 벌금만 부과한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벌금을 부과하고 고의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도 징역을 부과한다.
한국과 노동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경연은 이들 국가의 경우 일감이 몰려도 사업주가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유연근로시간제가 잘 정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비교하면 한국은 최대 6개월로 프랑스(3년), 일본(1년), 독일(1년), 영국(1년)보다 2배 이상 짧다.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 규정을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프랑스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근로자 1명당 벌금 1500유로를 부과한다. 지역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일본에서는 50만 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영국은 최대 2만 파운드 안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고의로 위반할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독일은 과태료를 최대 50만 유로까지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미국은 최저임금을 의도적으로 위반할 때만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경연은 최저임금 수준도 가장 높다고 꼬집었다. 한국 최저임금 수준(2019년 기준)은 중위임금 대비 63%다. 미국(32%), 일본(44%), 독일(48%), 영국(55%), 프랑스(61%)보다도 높다.
한경연은 지불능력이 없는 영세ㆍ중소 사업주는 최저임금 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이 15.6%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부당노동행위 위반에 대한 벌칙 수위도 높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를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부당노동행위 제도 자체가 없다. 미국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구금하거나 벌금을 부과한다.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 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경연은 G5 국가 중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미국의 경우 노사 양측을 규제한다면서 사용자 측만 규제하는 한국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노조가 사용자 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부당노동행위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당노동행위 접수사건 1450건 가운데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사건은 5.9%인 86건에 그쳤다.
산업안전 규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산업안전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은 2년 이하 징역, 미국과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을 부과한다. 독일, 프랑스는 고의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위반할 때만 징역 1년을 부과하고 있다.
한경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이 부과된다면서 이는 형법상 촉탁ㆍ승낙에 의한 살인과 맞먹는 처벌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한 특별법이 있는 영국은 한국과 달리 사업주 처벌 없이 법인만 처벌한다. 하청에 대한 원청의 책임도 사안별로 판단해 부과한다는 설명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과도한 처벌로 위축되지 않고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노동관계법 처벌 규정을 국제적 수준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