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에서 계열분리된 친족회사는 분리 후 3년 이내에 신설한 회사에 대해서도 내부거래내역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를 막기 위함이다. 총수 일가의 벤처지주회사 산하 자·손자·증손회사 지분 소유도 금지된다.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을 4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시행령 전부 개정안은 올해 12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전부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위임한 세부 사항과 기업집단법제 관련 개도개선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보면 친족독립경영(친족분리)제도에 대한 사후관리가 강화된다. 이 제도는 동일인(그룹 총수)의 친족이 회사를 독립적으로 경영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회사를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에서 제외하고 해당 친족을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하지 않는 제도다.
현행 규정은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에서 제외되는 조건으로 계열분리된 친족회사에 대해 3년간 내부거래내역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분리 후 친족회사가 신설한 회사는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개정안은 친족 분리가 결정된 이후 3년 이내에 신설된 회사까지 내부거래내역을 제출토록 했다. 또한 친족독립경영 결정이 취소되거나 청산 등으로 친족 측이 지배하는 회사가 없게 되는 경우에는 친족을 다시 동일인 관련자로 복원토록 했다.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동일인이 국외 계열사의 일반현황(회사명·소재국·설립일·사업내용), 주주현황, 계열회사 출자현황 등을 공시토록 했다. 국내 계열사 주식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국외 계열사의 주식을 하나 이상의 출자를 통해 연결해 소유(간접출자)하고 있는 회사도 공시대상에 포함된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대규모 상품·용역 내부거래 관련 이사회 의결·공시 대상도 구체화된다. 이사회 의결·공시 대상이 되는 거래금액은 '순자산총계 또는 기본순자산 중 큰 금액의 5% 이상이거나 50억 원 이상인 거래’로, 거래상대방은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회사'로 규정했다.
벤처지주회사로 인정받는 자산총액 기준이 현행 50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축소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자산총액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벤처지주회사는 벤처기업 외에 ‘연구개발(R&D) 규모가 연간 매출액의 5% 이상인 중소기업’도 자회사(지분 50% 이상 보유)로 둘 수 있다.
또 이들 자회사가 기업가치를 실현시키는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로의 계열편입을 유예하는 기간이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된다.
다만 개정안은 벤처지주회사제도를 악용하는 사익편취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밴처지주회사의 자·손자·증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벤처지주회사가 될수 없도록 했다. 사실상 총수 일가의 지분 보유를 금지한 것이다. 아울러 벤처지주회사가 지주·자·손자·증손회사와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에 관한 자료를 매년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인수 대상 회사 조건에 대해 '인수금액이 6000억 원 이상이면서 국내 시장에서 월간 100만 명 이상에게 상품이나 용역을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경우이거나 국내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이 연 300억 원 이상인 경우'로 규정했다. 현재는 자산 또는 연 매출이 300억 원 이상인 회사를 인수할 때만 신고하면 됐는데, 이용자는 많지만 매출액은 작은 스타트업 등 플랫폼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가 생겨난 데 따른 조치다.
이밖에도 상품이나 서비스 원가, 출고·재고·판매량, 상품·서비스 거래조건 또는 대금 지급조건과 같은 정보를 교환해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경우 정보교환 담합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벤처지주회사 및 CVC를 통한 벤처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혁신성장을 촉진하고, 대기업집단 규제의 실효성 및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신속히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