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BTSD에 시달려요"…전세계 맥도날드 알바생 울린 신종병

입력 2021-06-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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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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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이 들립니다. 모든 사람이 눈만 마주치면 똑같은 얼굴로 똑같은 말을 나에게 합니다. 이 증상은 전 세계 50개국 곳곳에서 발생 중인데요. 이 신종병의 이름은 ‘BTSD ’입니다.

세계 곳곳 맥도날드 알바생들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BTSD’. 오늘도 이 신종병의 증상과 고통을 알리는 ‘호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병은 무엇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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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맥도날드 본사는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BTS)이 좋아하는 메뉴로 구성된 ‘THE BTS 세트’를 전 세계 50개국에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맥도날드가 그간 마이클 조던, 트래비스 스콧의 세트 메뉴를 미국 내에서 출시한 적은 있지만, 글로벌 세트 메뉴를 내놓은 건 방탄소년단이 처음인데요. 한국 내 모델도, 미국 내 모델도 아닌 50개국 맥도날드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방탄소년단의 얼굴이 전면을 장식하게 된 거죠.

맥도날드가 방탄소년단과 협업한다는 소식에 세계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이 들끓었는데요. 출시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줄 서기와 대량 구매를 불사하겠다는 엄청난 의지를 내보였죠.

맥도날드조차 ‘BTS 세트’에 진심이었는데요. 나라별 출시일을 기록한 스케줄러는 마치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일정을 방불케 했고요. 티저영상과 사진, 광고 이미지까지…코로나19로 주춤했던 매출액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의지가 다분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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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난달 26일부터 일정대로 ‘BTS 세트’가 세상에 나왔는데요. 손꼽아 기다렸던 출시인 만큼 SNS에는 ‘BTS 세트’를 영접했다는 후기글이 쏟아졌죠. 아직 출시가 안 된 국가에서는 “내일이면 만날 수 있다. 너무 떨린다”라는 초조한 글도 넘쳐났습니다.

‘BTS 세트’는 음료와 후렌치후라이, 맥너겟 10조각과 케이준 소스, 스위트 칠리 소스로 구성됐는데요. 케이준 소스와 스위트 칠리 소스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즐겨 먹던 소스로 선별했죠. 특히 케이준 소스는 한국 맥도날드에서 자체 개발한 메뉴였는데요. 두 소스는 모두 ‘한글’로 출시되면서 ‘국뽕(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 부르는 말)'을 샘솟게 했습니다.

패키지조차 아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맥너겟과 음료 포장지는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인 ‘보라색’과 맥도날드, 방탄소년단 로고로 인쇄됐죠. 포장 봉지와 맥너겟 상자에는 ‘보라해’라는 한글도 새겨졌는데요. ‘보라해’는 방탄소년단 멤버 뷔(V)가 “상대방을 서로 믿고 오랫동안 사랑하자”라는 뜻으로 콘서트장에서 언급한 말입니다. 이후 아미 사이에서 ‘사랑해’, ‘고마워’, ‘영원하자’ 등의 많은 의미를 포함한 인사말로 통용됐죠.

맥도날드 매장마다 저마다의 ‘정성’을 담은 보라색 인테리어도 화제가 됐는데요. ‘보라해’에서 따온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인 보라색이 매장을 뒤덮었습니다. 보라색 풍선 장식부터 파티용품, 방탄소년단의 포스터도 눈에 띄었죠. 아미들은 SNS를 통해 각국 매장의 인테리어를 공유하며 매장 위치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맥도날드 알바생들은 방탄소년단과 맥도날드의 초성인 ‘ㅂㅌㅅㄴㄷXㅁㄷㄴㄷ’가 적힌 검은 티를 입고요. 매장에서는 24시간 동안 방탄소년단 노래만 흘러나옵니다.

맥도날드 보라색 포장지를 활용한 ‘굿즈’도 탄생했는데요. 팬들은 모든 포장지를 깨끗이 씻어 아크릴 박스에 보관하거나 액자를 만들기도 했죠. 포장지를 활용한 휴대폰 케이스 만들기도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후기글 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후기글’이 등장했는데요. 행복한 이들을 맞이하는 ‘맥도날드 알바생’의 고통(?)이었죠.

한국에서는 지난달 27일 처음 출시된 ‘BTS 세트’. 오전 10시 30분 문이 열리자마자 ‘첫 구매자’가 되려는 손님들이 들이닥쳤고요. 점심시간, 저녁 시간 할 거 없이 “BTS 세트 주세요”를 외치는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첫날만 이랬느냐고요? 그럴 리가요. 방탄소년단은 역시 ‘슈스’(슈퍼스타)였습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몰아쳤는데요. 줄을 선 손님들은 하나같이 마치 짠 듯이 맥도날드 알바생을 향해 ‘BTS 세트’를 주문했고, 알바생들은 보라색 패키지에 쉴 새 없이 맥너겟을 담았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감당할 수 없는 주문에 ‘주문 미스’도 속출했는데요. “칠리 소스만 두 개가 왔어요”, “콜라 포장이 보라색이 아니에요”, “맥너겟이 9개밖에 없어요” 등등 현재 맥도날드 알바생들의 정신상태를 그대로 투영하는 실수들이었죠.

밀려드는 주문을 이겨낸 뒤 귀가한 알바생들은 기름향 쩌는 소감을 공개했는데요.

“누가 방탄소년단 팬 없다고 했냐. 튀김기에 세수하고 싶냐”
“눈만 마주치면 BTS 세트, BTS 세트, 점장님 그만둘래요”
“맥너겟이랑 내가 같이 튀겨지는 줄”
“쉬는 날에도 덕분에 나오신 점장님”
“다들 행복해 보이더라, 나만 안 행복하더라”

맥도날드 알바생들은 모두 BTSD 증상을 호소했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 ‘PTSD’를 빗댄 증상인데요. BTS 때문에 고된 몸과 정신, 환청을 포함한 증상을 가리키죠. 웃픈 극과 극 반응에 새삼 방탄소년단의 위엄을 실감한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BTSD 증상은 한 달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BTS 세트’는 6월 30일까지 판매되기 때문이죠. 자 조금만 힘내볼까요? 넘치는 응원의 마음으로 맥도날드에 들러 ‘BTS 세트’를 주문할 것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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