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인사 대거 약진’ 후폭풍…검찰 내외부 ‘부글부글’

입력 2021-06-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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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안정 고려해 총장 의견 일부 반영” 평가도…중간 간부 인사 기조 주목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만나고 있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이날 검찰 인사 방향과 조직개편안을 협의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만나고 있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이날 검찰 인사 방향과 조직개편안을 협의했다. (연합뉴스)

검찰 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고위 간부들이 법무부가 4일 실시한 인사에서 주요 보직에 대거 발탁되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치와 정의의 가치를 외면한 인사”, "방탄 검찰"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의 탱크로 밀어붙인 난장판 인사”라며 “검찰 인사는 한마디로 개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현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인물들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줬다”고 평가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팀에 외압을 가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장 등으로 좌천성 승진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고검장에 안착하면서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사건 등 주요 항고 사건을 검토 중이다.

대한변협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이 지검장이) 수사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임명된 것은 공직 기강 해이를 넘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의 핵심 가치 마저 몰락시키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이 지검장이 떠난 자리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채운다. 이 국장은 지난해 10월 사의를 표명한 박순철 전 검사장의 뒤를 이어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약 석 달 만에 검찰 인사와 예산 업무를 총괄하는 검찰국장이 됐다. 이 검찰국장은 지난해 윤석열 전 총장 징계 반대 성명에 불참한 인물이다.

김 전 차관 수사 방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이 사건의 지휘 라인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이동했다. 신임 수원지검장에는 그동안 수원지검 수사팀의 보고를 받았던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자리를 옮겨 직접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다른 고위 간부들은 대체로 한직으로 발령 났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사법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사장급 보직으로 수평 이동한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수사와 관련이 없는 자리다. 사법고시가 폐지된 이후 연수원은 법관 교육만 담당한다.

일선 검찰청의 한 간부는 “문 정부 임기 말 주요 수사의 길목을 막으려는 노골적인 인사”라며 “내 편은 승진시키고, 적은 한직으로 보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른 검찰 간부도 “이 지검장을 영전시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공교롭게도 서울고검은 한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진웅 차장검사의 공소 유지를 맡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오수 검찰총장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한 인사라는 우호적인 평가도 있다.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인천지검장으로, 박찬호 제주지검장은 광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대표적인 ‘특수통’인 주영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됐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근수 안양지청장은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탕평 인사라고 볼 수는 없지만 특수통 검사들이 약진하는 등 지역과 기수, 능력 등을 고려한 배치도 눈에 띈다”며 “김 총장의 의견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위 간부 인사의 후폭풍은 조만간 있을 검찰 직제개편과 중간 간부급 인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이번 주 이른바 ‘수사 승인제’로 불리는 검찰 직제개편안을 확정하고 조만간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박상기 전 장관이 2018년 12월 시행한 검사인사규정에 따르면 차장·부장검사의 필수보직 기간인 1년 동안에는 전보 조치될 수 없다. 그러나 검찰 직제개편이 있는 경우 필수보직 기간과 관계없이 전보 조치할 수 있게 된다.

중간 간부 인사에서 주요 수사팀이 대부분 교체될 수 있는 만큼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를 맡은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등의 거취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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