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약국에 ‘추석선물 특가’라고 기재된 종이를 부착한 약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A 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 유리창에 ‘추석선물 특가, 영양제 4만5천 원’이라고 기재된 종이를 붙인 혐의(약사법 위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피해 정도 등을 참작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A 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A 씨는 “추석을 맞이해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정보를 제공할 의도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약사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르면 의약품 유통관리와 판매 질서 유지를 위해 약국 개설자는 다른 약국과 판매의약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표시ㆍ광고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해당 규정이 단순히 판매의약품의 가격을 표시하거나 이를 평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약국과 비교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중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A 씨가 사용한 문구는 추석을 맞아 평소보다 가격을 낮췄으니 선물로 해당 상품을 고려해 달라는 취지로 사용되는 상투적 문구로 볼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A 씨가 다른 약국 등 비교 대상을 전혀 표시하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약사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어 A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