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가장 취약한 곳을 덮쳤다…무너지는 개도국 소상공인들

입력 2021-06-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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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50인 미만 기업, 개도국 일자리 70% 차지
인니, 영세 기업 98% 매출 감소·45%는 감원
정부 차원의 부양책,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탓
WEF “여성, 비등록 노동자 등 많아 혜택 못 받기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월 10일(현지시간) 음료 판매상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자카르타/AP뉴시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월 10일(현지시간) 음료 판매상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자카르타/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서 개발도상국 소상공인들이 길거리에 나앉고 있다. 코로나19 지원금을 통해 회복 발판을 마련한 선진국과 달리 현금이 부족해 지원 여력이 없는 국가의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은 줄지어 문을 닫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직원 50인 미만 기업들이 개도국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이들 기업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됐다.

동남아시아에서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받던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2월 기준 영세 기업의 98%가 매출이 감소하고 45% 기업은 감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는 단 한 차례도 코로나19로 봉쇄령을 내린 적이 없지만,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국내 관광과 소매판매가 침체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현지에선 부도난 회사들이 법인세 미납분을 처리하기 위해 가족이 사는 집까지 처분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80%가 기성 의류 부문에 쏠려 있는 방글라데시에서는 코로나19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주문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일자리 상당수가 사라지기도 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리차드 볼윈 투자연구팀장은 “많은 중소기업이 굶주리고 있다”며 “개도국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이 살아나지 못하면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요 경제기관들은 선진국들이 앞으로 ‘광란의 20년대’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인다.

반면 국민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부양책도 미진한 개도국들은 지난해에 이어 기록적인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선진국과 중국을 제외한 많은 개도국이 수년간 쇠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코로나19가 불평등 바이러스가 됐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남미와 아프리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5년간 상품 수출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이던 남미 경제는 지난해 7.4% 역성장했다. 미주개발은행(IADB)은 3월 연례 보고서에서 “남미는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821년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디지털 경제나 신용기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기업을 비롯한 개도국의 소외 계층이 코로나19 기간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며 “특히 여성과 소수인종, 신분증 없이 일하는 비공식 경제활동 근로자들은 1차 대유행 당시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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