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각국 노사정 대표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투자가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에 비준 기탁한 핵심협약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기존의 낡은 노동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손 회장은 8일 제109차 ILO 총회에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역할’을 주제로 전 세계 노사정 대표들에게 연설했다.
이번 ILO 총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만에 화상회의로 개최됐으며, 전 세계 187개 회원국의 4000여 노사정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주요 의제로 진행되고 있다.
손 회장은 연설에서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라며 “한국 역시 미래세대인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상태이며 새로 생겨난 일자리마저도 임시·일용직과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가 많아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무려 2억5500만 개 일자리가 증발하는 피해를 남겼다는 ILO 사무총장의 보고서는 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사 양측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의 방법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라며 “지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일의 세계(World of work)의 급속한 전환이 이루어지며 고용 형태가 다양화되고 전통적인 근로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고 자유롭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팬데믹 피해기업의 회생을 지원하고 신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투자가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실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임을 강조한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비준 기탁한 3개 ILO 핵심협약(△제29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발효까지 남은 1년 동안 기존의 낡은 노동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경영계도 협약 비준 필요성에 공감한다”라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균형적인 제도 개선 없이 핵심협약이 발효될 경우 산업현장과 노사관계에 혼란과 갈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ILO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존중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균형 있게 고려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ILO 총회는 지난달 20일 개회식을 열고, 이달 7일부터 19일까지 △코로나19 대응 문서 채택 △회원국의 협약 및 권고 이행상황 점검 △회원국 사회보장 제도 개선 등 의제에 관해 노사정 대표들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