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스타트업은 지원도 규제도 원하지 않는다

입력 2021-06-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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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산 더스윙 대표. (사진제공=더스윙)
▲김형산 더스윙 대표. (사진제공=더스윙)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박정희 정부 주도로 1962년부터 1996년까지 총 7차에 걸쳐 실행된 경제 발전 계획을 말한다. 당시 최고의 인재들은 국가 경제 부흥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정치인, 공무원, 경제인들이 한마음이 되어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아직도 지난 반세기에 전에 사는 경제주체가 있다. 바로 정부와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언론이다. 정부는 각 유망산업 분야에 ‘지원 및 육성계획’을 발표하며 특정 분야에 자원을 배분하거나 또 다른 분야는 억제하고 있다. 정부주도의 성장에 길든 기성세대들과 이를 대변하는 언론은 새로운 산업의 기회 또는 위기가 올 때마다 정부의 지원과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육성’해야 할 IT 및 서비스업은 기존 제조업과 성격이 매우 다르다.

국내 제조업은 특정 분야와 기업에 자원을 몰아줘 한계비용을 최대한 낮추고 해외에 수출을 장려하는 반면 수입을 억제하여 국내 재벌기업들에 공급자 잉여를 몰아줘 장기 설비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몇몇 재벌기업의 특혜가 있어도, 국내 소비자들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괜찮았다. 그 소비자들은 결국 고성장하는 회사의 직원이었으며, 실질연봉과 집값이 오르며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서비스업은 재화를 더 싸게 생산해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재화가 소비되던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더 싸게 더 좋은 효용을 얻을 수 있는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모빌리티 서비스는 그 자동차가 국산차인지, 그 차를 얼마에 팔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더욱 더 싸고 좋은 차로 더 좋은 이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경제환경도 바뀌었다. 경제성장률은 두 자리대에서 3%대 저성장 국면에 이르렀고, 장하성 교수에 따르면 1996년 대비 2014년에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으로 분배된 비율이 약 9%포인트 줄어든 반면 기업소득으로 분배된 비율이 그만큼 늘어났다. 경제 성장의 결과가 대기업들에 집중돼 국부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조차 위기를 맞고 있다. 제조업은 자동화로 오히려 실업률을 높이고 있고, 성장의 열매는 몇몇 대기업에만 배분되고 있다. 반면 서비스업은 실질구매력이 낮아진 소비자들에게 더 싸고 좋은 방식으로 재화를 소비하게 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업은 정부에 의해 육성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체력을 기르고 시험을 잘 보는 것은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되지만, 옷을 잘 입기 위해서는 타고난 감각과 여러 실험을 통한 노하우가 쌓여야 하는 것처럼, 서비스는 투입대비 산출이 명확하지 않다. 즉, 경제학이나 법학을 전공한 공부 잘한 공무원이 책상에서 연구와 계산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를 정해서 지원하고 규제를 하면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해외에서 우버를 수년간 사용하며 그 효용을 이해한 창업가와 ‘해외탐방’으로 며칠간 사용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공무원의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계는 규제로 큰 위기를 맞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헬멧 착용 의무화, 국내 교통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도로주행 원칙 등으로 이용량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몇몇 소규모 업체들은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매우 상반된 국가지원책도 부지기수다. 전동킥보드 생산을 국산화하기 위한 수백억 원의 지원금과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프로젝트들이 소위 ‘눈먼 돈’ 사냥꾼들에게 ‘배분’되고 있다. 천만 명에 가까운 교통약자들의 편의는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안전’이라는 아젠다에 밀려,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킥보드처럼 간단한 것을 중국에서 수입하냐는 공무원들과, 자동차를 위한 나라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의 전동 킥보드에 대한 나쁜 여론을 반영한 탁상행정의 결과다.

지원책과 규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비단 모빌리티서비스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들이 지원과 규제 모두를 원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서비스업에서만큼은 더는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가장 똑똑할 수 없으며, 설령 가장 똑똑하다 하더라도 지원과 규제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란 점을 꼭 이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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