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 11년 만에 단건 배달 등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이에 따라 배달 앱 시장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러한 ‘출혈 경쟁’이 결국 소비자와 점주에 부담을 전가하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앱 홈 화면을 대폭 개편하고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을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은 서울시 송파구부터 먼저 도입한다. 배민1은 배민 전속 라이더나 부업 커넥트가 주문 한 건을 곧바로 고객에게 배달하는 서비스다. 배민이 주문부터 배달까지 전부를 책임지는 셈이다. 서비스 지역도 점차 넓힌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도권 및 전국 주요 광역시에서 배민1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배민 앱을 켜면 보이는 홈 화면도 바뀌었다. 배민 관계자는 “7개 주요 서비스를 대형 탭 버튼 형식으로 배치한 새 화면을 이날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새 화면 상단에는 ‘배달’과 ‘번쩍배달’ 또는 ‘배민1’ 등 버튼이 자리 잡게 된다.
앱 개편을 통해 배민은 ‘푸드 슈퍼 앱’으로 도약하겠단 계획이다. 단건 배달부터 포장, 장보기, 쇼핑 라이브, 선물하기 등 음식 관련 서비스를 전면에 배치한 이유다. 이를 통해 음식 주문부터 식재료 구매, 라이브커머스까지 배민이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자리 잡도록 하겠단 것이다.
따라서 배달 앱 시장의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건 배달을 통해 점유율을 급격히 늘려온 쿠팡이츠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쿠팡이츠는 사업 초기부터 단건 배달을 공략해왔다. 라이더 한 명이 주문 한 건을 배달해야 다음 배달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배달 시간을 30분 안팎으로 줄였다. 배달 속도를 높이니 고객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단시간에 점유율을 높이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 1월 2%대에 불과했던 수도권 내 쿠팡이츠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0% 가까이 뛰어올랐다. 특히 서울 지역 점유율이 급상승했고,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에서는 배민을 제쳤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배달 앱 1ㆍ2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마케팅 싸움도 격화하고 있다. 배민의 단건 배달 진출을 견제하듯 쿠팡이츠는 ‘배달비 무료’ 정책을 내놨다. 쿠팡이츠는 이달 30일까지 신규 가입자에 매일 배달료를 지급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이에 맞서 배민은 종료 기한이 없는 프로모션에 나섰다. 업계 기존 금액보다 낮았던 배달비와 중개 이용료를 각각 5000원, 1000원으로 낮췄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경쟁의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 앱 간 경쟁이 결국 라이더와 소비자, 식당 점주들에게 부담이 된단 지적이다. 라이더 업계에선 단건 배달이 속도 경쟁을 부추긴다고 보고 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단건 배달로 전환하면 그만큼 배달료도 현실화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며 “거리할증을 직선거리로 산정하면서 라이더들의 손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 건을 빠르게 수행하려는 또 다른 속도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기적으론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소비자가 높아진 배달료를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배달료가 낮을지 모르지만, 이는 결국 (음식점) 점주와 고객들이 내는 돈”이라며 “결과적으론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과 사장님들이 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