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펀드(MMF) 설정 잔액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변동성이 높아진 주식시장을 비롯해 기댈만한 투자처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기 투자처로써 MMF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8일 기준 MMF 설정액은 전일보다 1조2850억원 늘어난 101조24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MMF설정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MF 설정액은 지난해 1월말 55조원을 기록했으나 12월말에는 88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현재는 약 101조원으로 올 들어 일평균 3조원씩 급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MMF의 급증 원인을 투자처 부재에서 찾았다. 시기적으로 연초에는 투자자금을 집행해야 하는데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는 것. 이에 아직까진 시장 대비 금리가 높게 형성된 MMF에 자금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적절한 투자처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기상품으로 매력적인 MM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연기금이나 기금들이 잠시 투자자금은 예치해 놓은 상태로 시장에 투자할만한 요인들이 생기면 자금은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별로 살피면 개인의 비중은 전년 수준인 데 반해 법인 비중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월말 MMF 설정액 55조원 가운데 개인과 법인은 각각 29조원, 25조원을 기록했다. 이후 12월 말 MMF 규모는 88조원으로 늘었으나 개인은 27조원으로 투자금액이 줄어든 반면 법인은 60조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오광영 펀드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법인투자가 크게 늘었는데 아마도 대부분 금융기관의 비중이 늘었을 것"이라며 "금융기관들이 돈을 받아 투자를 해야하는데 지난해 증시가 계속 내려앉았던 탓에 가장 좋은 대안이 MMF였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관찰되는 MMF 급증은 지난달의 미국과 유사한 현상으로, 국내의 경우도 국채랠리 종료 이후 유동성 이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준기 SK증권 연구원은 "MMF 급증 현상은 지난 12월 미국에서도 발생했는데 연준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지급준비금으로 중앙은행에 재예치하거나 잉여 유동성은 국채로 운용하면서 국채 금리가 급락한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연초부터 국채 가격이 급락(금리상승)해 지난해 연말까지 국채에 쏠렸던 유동성이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국채에 대한 매력이 약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우량등급의 신용도가 높은 채권으로 유동성이 이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1월이 지나고 2월초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하와 함께 금리인하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될 것"이라면서 "한국은 정책금리가 기축통화국과 같은 제로수준으로 인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2% 전후가 한국 정책금리의 하한선이 될 전망하고 있으며, 그 수준에 이르는 시점은 2~3월로 이는 국채랠리가 1월에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이며, 이후에는 우량등급의 신용도가 높은 채권으로 이전되는 현상이 뚜렷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