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물량 감소·월세화에 품귀
이달 입주하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사당3구역 재건축 아파트·514가구) 전용면적 84㎡형 전세 시세는 최고 16억 원에 달한다. 2018년 분양 당시 동일 면적 분양가가 8억1300만~8억9900만 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의 2배에 육박한다.
통상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전세 매물이 늘어 전셋값은 일시적으로 하락하고 주변 전셋값까지 끌어내린다. 그런데 최근 실입주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이런 '입주장' 효과는 사라지는 추세지만 새 아파트 전셋값이 분양가의 두 배 수준으로 육박하는 건 이례적이다.
입주를 코 앞에 둔 서울·수도권 새 아파트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기존 아파트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데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로 새 아파트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전셋값을 더 밀어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임대차2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요동치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들어 계절적 비수기와 가격 급등 피로감 등으로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서울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2년을 더 사는 임차인(세입자)이 증가하는 등의 이유로 전셋값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전셋값 통계를 보면 1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74% 올랐지만 지난달엔 0.19%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올랐다.
서울에선 전셋값이 분양가 두 배 안팎으로 뛴 경우도 있다.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이 위치한 동작구 전셋값은 옆동네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의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첫 주 보합(0.0%)를 보였던 이 지역 전셋값은 마지막주 0.1%까지 오른 뒤 이번주 0.13% 급등했다. 사당동 A공인 측은 "반포 일대 전셋값이 워낙 비싸고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자녀 교육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가 동작구 일대로 유입되고 있다"며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보통 전셋값이 내려가기 마련인데 이 단지 전세 실거래는 최근 14억 원에 이뤄졌고, 호가 역시 높다"고 말했다. 현재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의 전월세 매물은 통틀어 10개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애초에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받으려는 집주인들의 실입주로 전세 물건도 많지 않았지만 물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가 이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엔 전셋집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대규모 재건축 이주로 하반기에도 전셋값 강세 예상"
집값이 연일 급등세인 경기도 의왕에서도 새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2018년 분양했던 '의왕 더샵 캐슬'(941가구) 전용 84㎡형 전세 호가는 5억2000~8억5000만 원선이다. 분양가(4억6950만~5억2910만원)를 크게 뛰어넘는다. 의왕 아파트값의 올해 누적 상승률이 이미 20%에 육박할 만큼 집값이 치솟으면서 전셋값도 함께 오르고 있는 데다 전세 물량이 감소한 탓이다.
경기 판교신도시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1223가구) 전용 84㎡형도 전세 시세가 8억~14억 원선으로 분양가(7억7000만~8억6000만 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활 인프라가 뛰어나고 인근에 노후 단지가 많다는 점도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수도권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 기간을 부여한 정부 규제도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의 월세화 현상 등으로 전세 매물 감소가 우려된다"며 "하반기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어 전셋값은 비수기에도 강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