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소비 사회를 향한 경종, 넷플릭스 다큐 ‘미니멀리즘’

입력 2021-06-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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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억대 연봉에 호화로운 스포츠카, 옷장을 가득 메운 명품.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셈이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물질은 넘쳤지만, 마음은 늘 공허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같은 달 이혼을 하면서 공허함과 외로움은 더 커져만 갔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작은 삶을 권하는 미니멀리즘 활동가, 미국인 조슈아의 이야기다.

조슈아와 그의 친구 라이언은 2011년 책 ‘미니멀리즘: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출간하며 미니멀리즘 활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방송,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The minimalist:less is now, 2021)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설파했다.

▲미니멀리즘 활동가 조슈아와 라이언은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고 과도한 소비를 지양하는 미니멀리즘을 통해 물건에 종속되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미니멀리즘 활동가 조슈아와 라이언은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고 과도한 소비를 지양하는 미니멀리즘을 통해 물건에 종속되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인류가 광고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물건에 중독됐다"고 말한다.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제품을 사라고 광고하고, 소비자에게 필요 없는 물건도 사고 싶다는 욕망을 주입한다는 설명이다. 욕망의 주입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 교묘해졌다. 스마트폰 GPS 추적과 알고리즘 분석 등을 통해 쌓은 데이터로 맞춤 광고를 보내는 거다.

이 교묘한 과정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수의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이를 두고 "소비 선택의 자유가 없다"고 말한다. 전세계적인 자유 시장이지만, 이게 진정한 자유시장인지 묻는다. 게다가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일한다. 쇼핑을 즐기는 미국인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5시간으로 유럽의 35시간을 훨씬 뛰어넘는다. 참고로 한국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2020년 기준 39시간이다.

현대 사회가 끊임없는 광고와 소비로 돌아가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인류가 소비를 멈추자 세계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백신이 보급되며 전염병을 조금씩 극복해가고 있는 요즘은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풀리며 '보복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실업 급여 지급액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는데 백화점 명품관은 늘 북적인다.

▲다큐멘터리는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통해 데이터를 쌓은 소수 글로벌 기업에 의해 소비자의 욕망이 조종되고 있다고 말한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다큐멘터리는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통해 데이터를 쌓은 소수 글로벌 기업에 의해 소비자의 욕망이 조종되고 있다고 말한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팬데믹 이후 환경 문제가 대두되며 ‘대안적 소비’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으나, 소비와 생산에 의존하는 이 거대한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장 보드리야르가 소비 사회에 경종을 울린 지 이미 5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니멀리즘은 이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무엇을 얼마나 많이 사게 할 것인가'에만 쏠려있는 모두의 관심에 조금이나마 작은 균열을 낸다.

사실 미니멀리즘은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메가트렌드다. 특히 한국에서 미니멀리즘 바람이 불었던 2019년, 시중에 미니멀리즘 관련 서적만 수십 권이 등장했다. 넷플릭스에도 다큐 뿐 아니라 리얼리티 쇼 '곤도 마리에: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등 다양한 미니멀리즘 관련 콘텐츠가 있다.

▲내게 진짜 필요한 물건인지 가려내는 과정은 나의 가치관과 삶의 목표를 이해하는 성찰에서 출발한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내게 진짜 필요한 물건인지 가려내는 과정은 나의 가치관과 삶의 목표를 이해하는 성찰에서 출발한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다큐멘터리는 미니멀리즘 실천을 위해 매일 1개씩 물건을 버리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적을수록 좋다'(Less is now) 챌린지다. 친구, 가족 동료 등과 짝을 이뤄 첫째 날은 1개, 둘째 날은 2개, 셋째 날은 3개…이런 식으로 한 달 동안 쓸모없는 물건을 비워가면 된다. 수집품, 장식품, 옷, 전자기기 등. 그 어떤 물건이든 괜찮다.

일각에서는 이런 버리기 중심의 미니멀리즘이 결국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낳는다 지적한다. 무작정 버리기보다는 환경을 생각하며 잘 비워내는 게 중요하다. 기부하거나 팔거나 재활용하는 등이다.

▲미니멀리즘은 우리가 살면서 사용하며 쌓아가는 수많은 물건들 중 '내 삶에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물건'을 가려내는 삶의 방식이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미니멀리즘은 우리가 살면서 사용하며 쌓아가는 수많은 물건들 중 '내 삶에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물건'을 가려내는 삶의 방식이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미니멀리즘은 극단적인 무소유를 주장하지 않는다. 물건을 판매하려는 마케팅, 제품 홍보 과정 자체를 비판하지도 않는다. 다만 소비 사회에서 우리에게 주입된 욕망이 '진정 우리 마음속에서 시작된 욕망'인지 묻는다.

조슈아와 라이언은 모두 집도 있고 차도 있으며, 가족과의 식사를 위해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다만 물건을 사기 전, 물건의 목적과 쓸모를 분명히 한다. 소비를 통해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보다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마음을 돌본다. 남의 시선을 위한 명품에 몰두하기보다 자기 인생의 목표를 돌아본다.

매달 신용카드 빚을 갚는데 허덕인다면, 옷장에 몇 년 째 안 입은 옷이 굴러다닌다면, 서랍과 창고에 잡동사니가 넘친다면, 매일 조금씩 비워내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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