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국내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기업실적 발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증시에서 두 달 이상 이어온 유동성 랠리가 연초 발생한 외국인 순매수세 유입을 끝으로 서서히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가의 발목을 잡던 외국인들이 연초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고 우려하던 1월 옵션만기 프로그램 물량도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준에 그치며 주식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최근 회사채 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 국내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고 CDS 프리미엄마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이 안정화되기 시작하면 금리인하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원ㆍ달러 환율의 경우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나 급격한 상승이나 하락 없이 안정적인 흐름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거시적인 문제들은 차츰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지난해 지수하락을 이끌었던 거시적인 문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어닝시즌이 시작됨에 따라 주식시장에 대응하는 기준이 기업실적과 같은 미시적인 부분으로 초점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는 국내 주식시장이 국내외 어닝 시즌을 앞두고 기업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정책 랠리로 표현되는 반등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는 시점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유동성 랠리가 끝났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오바마 취임날짜가 다가오면서 정책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실적시즌에 대한 두려움과 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 등 악재에 민감해지는 모습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길어지는 경기침체로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최근 미국증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언제든지 주식시장을 하락으로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기하강 위험과 더불어 금주에 예정된 국내외 4분기 실적발표가 기존의 정책랠리를 약화시키고 기업 펀더멘털의 부진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병열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 내기업들의 분기별 실적 하향조정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특히 4분기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증감률 전망치는 무려 62%의 감소세까지 후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곽 연구원은 "물론 주가부진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부분도 있지만 베어마켓 랠리의 마무리 국면이라는 점에서 이익모멘텀은 차익실현 및 포트폴리오 재편의 중요한 빌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각 기업들의 실적 역시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발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우려감이 더욱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다만 이번 어닝시즌을 역발상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실적발표치 외에 업황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에 해당하는 업종은 반도체, 통신 및 구조조정 관련 업종"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업종별로 이미 장기간 침체를 겪으며 상당 기간 구조조정이 진행된 업종의 경우 이번 실적쇼크가 오히려 저가매수의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경기지표의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증시가 어닝시즌을 맞이하고 있어 경기둔화의 직접적인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이에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대감보다는 안정성이 주목받을 것으로 판단, 이를 섹터전략에 반영한다면 결국 방어적인 섹터가 비교우위에 놓일 것"이라며 "비경기소비재, 소재, 통신서비스 섹터 등이 상대적으로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경기지표와 기업실적이 악화되는 추세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주식시장의 반등에 대한 눈높이는 제한적인 수준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어닝 시즌은 결국 국내증시를 포함, 글로벌 증시 반등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