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4일 김대중 전 대통령(DJ) 일산 사저 기념관 개관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DJ 적통’ 경쟁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정권이 교체될 위기에 전통적인 지지층 구애에 골몰하는 게 시의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개관 행사에서 DJ 계승을 강조했다.
먼저 이 전 대표는 축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역사의 지도자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건 우리 세대의 축복”이라며 “앞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사저 기념관에 들러 느슨해진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그때 그 마음을 되살리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1997년 대선 직후 당선인 신분이던 김 전 대통령이 저를 일산 사저로 불러 노사정위원회를 꾸리는 데 함께 일해 달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점령군 행세를 하던 때”라고 인연을 전하며 “지금은 제2의 IMF 환란에 비견되는 국가 위기로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본받아 위기를 대전환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주자가 DJ와의 접점을 내세우며 적통 경쟁을 하는 건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차별점이라서다. 이 지사는 민주당의 뿌리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계열이 아니라 그간 비주류로 분류돼왔다.
오는 9월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곤 하나 전통적 지지층에만 통용되는 이 같은 적통 경쟁이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회의감이 당내에 감돈다. 야권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국민의힘은 헌정사 최초 30대 수장인 이준석 대표를 선출하는 등 변화의 물결이 뚜렷하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만나 “윤 전 총장과 이 대표가 내놓는 메시지나 행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품거나 5·18민주묘지에서 무릎 사과를 하는 것만큼 경계심을 일으키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정치경력이나 나이의 벽을 허무는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고, 민주당도 이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하는 상황을 만든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민주당의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세력화를 했던 김한길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은 모두 떨어져 나갔지 않나”라며 “지금은 이 지사가 그런 세력화를 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실제 변화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