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일본 정부와 담합 스캔들에 고위 경영진 4명 퇴출

입력 2021-06-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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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총서 경제산업성과 협력해 투자자 압력 의혹
이사회 인사, 사장직 유지, 기금 활동 등에 개입
25일 주총 앞두고 회사 제시한 선임안 반대 분위기

▲일본 도쿄의 한 빌딩 위 도시바 간판과 빨간 신호등이 겹쳐 보인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한 빌딩 위 도시바 간판과 빨간 신호등이 겹쳐 보인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제조업 명가 도시바가 이사회에 사측이 원하는 멤버를 넣고자 정부와 담합했다는 스캔들이 터졌다. 관계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달 있을 주주총회에서도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4시간 동안 긴급 이사회 회의를 연 후 이사회 멤버 2명을 포함해 4명의 고위 경영진을 퇴출했다.

지난주 제삼자 위원회는 도시바의 지난해 여름 정기 주총 인사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회사 측의 요청에 따라 외국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당시 사장이던 구루마야 노부아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산업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임원진 일부가 행동주의 투자자 대책을 별도로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바는 미국 하버드대 기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당국에 교섭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도시바의 최대주주이자 행동주의 펀드 에피시모가 지난해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에 부자연스러운 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임시 주총을 요청했고, 올해 3월 열린 주총에서 에피시모의 요청이 가결돼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특히 당시 관방장관이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긴급 이사회 후 퇴출당한 이사회 멤버는 사외이사인 오타 준지 감사위원회 위원장과 야마우치 다카시 감사위원으로, 이들은 문제가 된 주총 운영에 대한 조사를 주도하던 인사들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주총과 관련한 도시바 자체 조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회사가 인정한 것이다.

경제산업성과 접촉했던 도요하라 마사야스와 가모 마사하루 등 임원 2명도 이달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147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위원회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주주 이익에 직접 반하고 용납할 수 없는 조처를 내렸다”며 “25일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도시바가 지명한 이사 후보들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글래스루이스는 도시바 의혹에 대한 회사의 대응이 불충분했다고 판단해 회사가 제안한 이사회 후보자 13명 중 5명의 선임 건에 반대를 추천했다”며 “또 다른 자문사인 인스티튜셔널쉐어홀더서비스(ISS)도 5명에 대해 반대를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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