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투루판 출토 당나라 관문서 최초 공개

입력 2021-06-1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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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분리 전 시신깔개, 아스타나 230호 무덤, 당 703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문서 분리 전 시신깔개, 아스타나 230호 무덤, 당 703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루판(吐魯番) 지역에서 시신깔개로 사용한 7세기 당나라 ‘관문서(官文書)’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4일 세계문화관 중앙아시아실에서 시작한 '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 - 실크로드 경계의 삶' 전시에서 '오타니 컬렉션'으로 알려진 유물 중 투루판 지역 문서와 비석을 처음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오타니 컬렉션은 일본의 승려 오타니 고즈이(大谷光瑞, 1876~1948)가 조직한 '오타니 탐험대'가 20세기 초 세 차례에 걸쳐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수집한 유물을 뜻한다. 이 중에는 구입품도 있지만, 상당수는 발굴이라는 미명 아래 무단 반출된 것들이다. 조선총독부에 넘어간 유물들은 일본이 패망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됐다.

이번 전시에 나온 유물은 모두 6건 19점이다. 오타니 탐험대의 대원 요시카와 고이치로(1885-1978)가 1912년 투루판 지역에서 수집한 것이다. 투루판 국씨고창국(麴氏高昌國) 시기인 6세기 말부터 당(唐) 왕조 지배기인 7세기 말에 만들어졌다.

▲679년도 전국의 예산 집행 지침에 관한 문서를 이은 모습.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장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장박물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679년도 전국의 예산 집행 지침에 관한 문서를 이은 모습.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장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장박물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시신깔개로 사용한 문서는 아스타나 230호 무덤에서 출토됐다. 고대 투루판에선 시신을 매장할 때 나무 관 대신에 갈대 줄기를 엮고 문서로 싼 깔개를 썼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지난해 시신깔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신깔개 문서가 기존에 알려진 한 종류가 아니라 두 종류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문서의 일부는 중국 신장박물관과 일본 류코쿠대학도 소장하고 있다. 오타니 탐험대가 부장품을 거두어 가는 과정에서 뜯겨나간 것이다. 조사를 통해 이번에 확인된 두 종류의 문서가 중국이 소장하고 있는 문서조각과 연결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한·중·일 소장 문서의 전체 내용과 시신깔개의 제작 과정을 복원했다.

문서는 '679년도 전국의 예산 집행 지침에 관한 문서'와 675~677년 작성한 것으로 판단되는 '도주한 병사 관련 문서'다. 각각 2점씩 총 4점이 확인됐다.

▲도주한 부병 병사 관련 문서, 아스타나 230호 무덤, 당 675-679년 추정.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도주한 부병 병사 관련 문서, 아스타나 230호 무덤, 당 675-679년 추정.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예산 문서는 영남도(嶺南道·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중국 남부) 등에서 거둔 세금의 보관과 운송 방법, 외국 사신 접대 비용 문제, 해충 제거 작업 시 포상 재원 조달 문제를 다뤘다. 당 전기 국가재정 운용의 구체적 실례를 살펴볼 수 있는 문서다. 병사에 관한 문서는 서주도독부가 고창현으로부터 보고 받은 '도주한 부병 병사 관련 문서'다. 이 두 종류의 문서는 한국에 현존하는 유일한 당나라 관문서이다.

▲강 거사의 대장경 조성 업적을 새긴 비편, 고창고성, 당 695-697년 추정.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강 거사의 대장경 조성 업적을 새긴 비편, 고창고성, 당 695-697년 추정.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투루판의 중심지였던 고창고성에서 발견된 ‘강거사의 대장경 조성 업적을 새긴 비편’도 최초로 공개된다. 비문에 따르면 강거사는 강국(현 사마르칸트) 출신의 소그드인지도자였으나, 7세기 중반에 당나라로 귀순하여 투루판에 터전을 잡고 높은 지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무덤 주인의 이름과 이력 등을 기록한 벽돌판인 묘전도 전시한다. 묘전은 다른 문헌에서는 볼 수 없는 국씨고창국의 독자적 연호와 관제 및 동시기 사람들의 생사관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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