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상에 가벼운 환골탈태는 없다

입력 2021-06-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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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은 뼈를 바꾸는 일이고, '탈태'는 태를 벗는 일이다. 미온적 변화가 아닌 모조리 갈아엎겠다는 의지를 표현할 때 단골처럼 등장하는 사자성어가 '환골탈태(換骨奪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이 사자성어는 줄기차게 등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현준 LH 사장이 약속이나 한 듯 이 말을 꺼냈다.

땅 투기 의혹 100일 만에 나온 LH 혁신안은 볼품 없었다. LH가 갖고 있던 신도시를 포함한 공공택지 조사 권한을 국토부로 넘기고, 1만 명에 달하는 LH 전체 직원 중 2000명 이상을 내년 말까지 감축하는 게 전부다. 혁신안의 핵이었던 조직 개편은 3개 안만 내놓은 채 매듭도 짓지 않고 8월로 미뤘다. 정부가 공언했던 해체 수준의 개편은 없었다. 내놓은 대안마저 지금의 조직 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부실한 쇄신안은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노 장관이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LH의 환골탈태도 필요하지만 주택 공급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쇄신보다 공급에 방점이 찍힌 대목이다. 정부 입장에선 고민이 많을 것이다. 집값 급등에 대한 좌절과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실망이 뭉쳐져 분노가 되면서 민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83만 가구 공급 속도도 절실하다. 조직의 기능이 흩어지면 공공 주도 공급 지연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집값 안정을 위해 제대로 공급을 하기 위해선 헐겁게 죄어진 나사부터 돌릴 필요가 있다. 회복되지 않은 신뢰감은 공급의 불안정성을 더 키울 수 있다.

8월에 있을 조직 개편안에선 '해체 수준'은 아니더라도 설득력 있는 환골탈태가 나와야 한다. 조직 해체가 정답은 아니지만 혁신안을 만든 고민과 고통의 무게가 국민의 상실감과 좌절감보다는 여전히 가벼워 보인다. 뼈를 깎는 일엔 고통이 뒤따르고, 이를 감내할 인내가 필요하다. 세상에 가벼운 환골탈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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