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 쌓아야 하는 법정 지급준비액 규모를 넘긴 초과지준액이 한달새 5000~7000억원 증감을 보이며 출렁였다. 12월 결산법인들의 법인세 납부가 있었던데다, 분기말을 맞아 일부 은행에서 지준을 여유롭게 가져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기말 일시적 요인에 출렁이긴 했지만 초과지준액은 안정적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시중에 예금이 늘면서 필요지준액이 올들어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돌파하면서 초과지준금액도 4조원을 넘긴 상황이다.
부문별로 보면 일반은행은 5006억1980만원 줄어든 4조1485억302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산업은행 등을 포함한 특수은행은 5790만원 늘어난 7억5270만원을 나타냈다.
직전 2적립월엔 4조6498억4480만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전월대비 증가폭도 6956억8590만원에 달해 미국의 이란제제 여파로 이란계 은행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급증했던 2019년 5적립월(2019년 6월6일부터 7월10일까지)(+2조5759억1370만원)이래 1년9개월만에 가장 컸었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들은 “12월 결산법인들은 3월말까지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 자금이 예금은행에 예치되고 빠지는 과정에서 초과지준 규모도 급등락했다. 분기말을 맞아 일부 은행이 지준을 여유있게 가져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1적립월 초과지준이 3조9500억원 정도다. 시계열을 넓혀보면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예금이 늘면서 필요지준액도 1적립월 80조원을 돌파했다. 초과지준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초과지준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는 중이다. 우선, 필요지준액이 올 3적립월 기준 83조8716억5360만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필요지준액은 올 1적립월(2월11일부터 3월10일)(80조6594억6600만원)에 사상 처음 80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한은이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0.50%까지 인하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기준금리보다 100bp 아래인 자금조정예금 금리가 한은 빅컷 영향에 0%까지 떨어지면서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남는 자금을 자금조정예금이 아닌 지준금에 잡히는 당좌예금에 예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급준비제도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대량 예금인출 등 비상상황을 대비해 지급준비율이라는 일정비율로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재형저축은 0%, 정기예금 및 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는 2%, 기타예금은 7%의 지준율이 적용된다. 초과 지준금에 대한 이자는 없다.
지준금을 많이 쌓는다는 것은 은행들이 그만큼 남는 자금에 대해 운용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실상 그만큼의 손실을 감수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