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똥국과 고순조

입력 2021-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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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디지털미디어부장

“똥국이요? 고순조, 고순튀요?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 나요.”

얼마 전 전역한 젊은 친구는 최근 군에서 불거진 부실 급식 논란 얘기를 하다 치를 떨었다.

여기서 ‘똥국’이란, 군대 급식 메뉴 중 된장국을 비하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된장국, 된장찌개라고 하면 감자와 양파, 호박, 고추, 버섯 등 갖은 채소가 들어가지만, 이들이 말하는 군대 급식 된장국은 멀건 된장 국물에 건더기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단다. 그래서 먹는 음식임에도 그런 저급한 별명이 붙었다.

‘고순조’와 ‘고순튀’도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이들에겐 생소한 단어다. ‘고순’은 ‘고등어 순살’의 줄임말. ‘조’와 ‘튀’는 각각 조림과 튀김을 의미한다. 둘 다 대량 급식에 적합한 조리법인데, 주부들은 다 안다. 생선이란 것이 아주 까다로운 식재료여서 조금만 조리를 잘못해도 역한 비린내 때문에 비위가 상할 수 있다는걸.

군에 대한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군에선 제조된 지 수십 년은 족히 됐을 법한 수통과 반합에 물과 밥을 담아 먹게 한단다. 모포도 제조연도를 알 수 없을 만큼 낡은 것이 지급된다고 한다.

이걸로 끝나면 다행이다. 군 장병들에게 “주적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간부”라고 답한단다. 군대 내 계급 간 갈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면 간부들은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자신들의 뒤통수에 총알이 박힐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로 한단다. 바로 자신의 부하에 의해서.

총체적 난국이다. 지금 해외에선 아이언 맨이 날아다니고, 우주에선 땅따먹기가 시작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말도 안 되는 공방전을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른 군 생활 폭로에 대해 “군에 스마트폰이 보급된 게 문제다”, “애들이 철이 없어서 그렇다. 나 때는 말이야”란 말이 나온다. 시대착오적이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MZ’라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당황하고 있다(MZ세대의 정의는 익히 나왔기에 설명 생략). 단지, 군이 다른 조직보다 이들의 존재를 늦게 체감했을 뿐이다.

인권에 민감하고, ‘플렉스’와 ‘미닝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상명하복식의 군대는 매우 낯선 시스템일 것이다. 그동안 군에 대해선 ‘군에서 일어난 일은 군에 머문다(What happened in the army, stays in the army)’란 표현처럼 폐쇄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대표적인 게 법 체계다. 사회와 달리, 군에는 별개의 법 체계가 있다. 군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재판과 심판, 처벌까지 전부 그 안에서 처리된다. 담장 밖에는 꽁꽁 숨긴 채. 그래서 군에서 일어난 일은 모두 과거완료형이다. 세상에 드러났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됐거나 쉬쉬하다가 뒤늦게 들쑤셔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처럼 말이다.

‘MZ세대’와 ‘꼰대’라는 편견적인 용어를 만들어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갈라치기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큰 문제다. 어느 조직이든 자유와 책임은 따르기 마련인데, 이 두 개념 사이에 MZ니 꼰대니 세대를 규정짓는 꼬리표가 끼어들면서 마땅히 물어야 할 책임마저 세대 간 갈등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군에서 기본권 문제와 세대 간 갈등으로 위계 질서가 흔들린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출산화로 징병제 유지가 위태로워지면서 모병제 논의가 피어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원치 않는 징집으로 병역기피 문화가 만연한데, 사회에 못 미치는 열악한 생활 환경과 계급 간 갈등, 폐쇄적 병영문화까지 계속된다면 누가 자원해서 입대하려 할까.

징병제든 모병제든 우리 군에 필요한 건 투명성과 트렌디한 병영문화다. 군대 담장 밖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 군복 디자인을 아무리 현대식으로 바꾼들 시대착오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계속된다면 신세대 장병들의 고발은 계속될 것이다. 똥국, 고순조를 더는 군대 무용담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sue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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