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줌인] 이명세 샤페론 대표 "코로나19 치료제, 정부와 조건부 허가 논의 중"

입력 2021-06-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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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2상 데이터 내달 발표 예정…인도ㆍ개도국 등 겨냥해 기술 이전 논의

▲이명세 샤페론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명세 샤페론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던 치료제에 관한 관심이 사그라지고 있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국산 1호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안은 지 4개월이 넘었지만, 뒤를 이을 2호 치료제의 탄생은 요원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치료제 개발을 선언한 기업은 여럿이고, 2호 치료제 타이틀에 도전한 업체도 적지 않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일양약품은 러시아 임상 3상 실패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접었고, GC녹십자는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자 이를 자진 취하했다.

코로나 치료제 임상 2상 마무리…정부와 조건부 허가 논의

이런 가운데 전 직원 40명이 채 안 되는 바이오텍 ‘샤페론’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의지는 단연 눈에 띈다. 샤페론은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누세핀’의 임상 2상까지 마쳤고 다음 달 최종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다.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누세핀은 중증도 이상 환자의 회복률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였다.

14일 서울 강남구 샤페론 본사에서 만난 이명세 대표는 “최종 결과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순께 나오는데 중간 결과가 나쁘지 않았고, 최종 결과도 그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조건부 허가 신청을 준비하기 위해 현재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치료 방식에 따라 중화항체(항체치료제), 항염증제, 항바이러스제 등으로 나뉜다. 샤페론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누세핀은 항염증제로, 현재 덱사메타손(염증 완화 스테로이드제)이 쓰이고 있다. 누세핀은 샤페론이 가진 핵심 기술인 ‘인플라마좀(염증복합체)’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인 신약이다. 기존 항염증제가 한정적인 종류의 사이토카인(과한 면역반응) 생성을 억제하는 반면 누세핀은 염증복합체를 억제해 감염 후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염증인자를 광범위하게 차단한다.

이 대표는 “기존 항염증제인 스테로이드는 안전성 문제가 있지만 누세핀은 데이터가 안전하다고 나왔고 사이토카인 중 일부만 억제하는 기존 약과 달리 우리는 인플라마좀을 억제하기 때문에 차별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항염증제는 바이러스가 인플라마좀을 건드려 일으킨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원리인 만큼 어떤 변이 바이러스에도 똑같이 활용할 수 있고, 이번 누세핀 성공으로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항염증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 수가 1300만 명을 넘으면서 인구 대비 접종률이 25%를 웃돌았다. 따라서 조건부 허가를 통해 이르면 올해 말 누세핀을 상용화한다고 하더라도 백신 예방접종이 활발한 국내를 비롯한 선진국은 샤페론이 겨냥하는 시장이 될 수 없다.

이 대표는 “누세핀은 개발도상국과 인도 등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가지고 현지 기업들과 기술이전에 대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시작할 임상 3상은 한국뿐 아니라 루마니아, 인도, 동남아 2~3개국에서 300~600명 규모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플라마좀 억제 기술로 알츠하이머 등 치료제 개발 중…“연내 임상 1상 진입”

누세핀 개발 방식으로 쓰인 ‘인플라마좀 억제’는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현재 이를 활용한 아토피 치료제도 임상 2상을 마치고 최종 결과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이 외에 인플라마좀 억제 방식을 통해 알츠하이머,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등도 개발 중인데 올해 안에 임상 1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최근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 18년 만에 신약이 출시됐는데 샤페론은 이 소식이 자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뉴세린’ 개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샤페론은 3월 뉴세린을 국전약품에 기술이전했고, 현재 임상 1상을 위해 함께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아두카누맙의 기전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줄여준다는 것인데 뉴세린 역시 전임상 단계에서 인플라마좀을 억제하면 베타아밀로이드가 감소한다는 데이터를 도출했다”라며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이 대개 2~3년씩 걸려 증상이 호전되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인플라마좀 억제가 베타아밀로이드를 줄여준다는 걸 보여주면 임상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페론은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바이오USA에서 뉴세린의 이 같은 경쟁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샤페론은 코로나19ㆍ아토피 치료제의 임상 2상 데이터 등으로 내년 IPO(기업공개)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현재는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 자금 확보를 위해 우선적으로 기술이전을 하고 있지만, IPO 이후 자금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개발한 신약을 기술이전하지 않고 생산, 판매까지 맡아 상업화하는 게 회사의 장기적 목표”라며 “누세핀이 조건부 허가를 받는다면 샤페론이 지금껏 해온 연구를 규제당국이 처음 인정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고, IPO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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