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제품 실어나를 배가 없어요"

입력 2021-06-17 14:58 수정 2021-06-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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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한진컨테이너터미널 모습.  (뉴시스)
▲올 1월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한진컨테이너터미널 모습. (뉴시스)

#. 인천에 있는 기계 부품 제조기업 A사는 갑갑하다. 바닷가에 있지만 정작 제품을 수출할 길이 없어서다. 운임이 작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그 값을 낼 수도 없다. 제품을 실어 나를 배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기계 부품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B도 재고 비용과 화물 보관 비용만 불어나고 있다. 제품을 배에 실어야 계약이 끝나지만, 선복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보관만 하고 있다.

최근 물류비가 폭등하며 수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지는 모습이다. 주요 수출 상대국을 중심으로 물류비가 올랐지만 뾰족한 대응책도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17일 발표한 ‘수출입 중소기업 물류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입 중소기업 519개사 중 73.4%가 수출입 물류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는 운임 상승이 꼽혔다. ‘해운 운임 상승’이 65.4%, ‘항공 운임 상승’이 50.7%를 각각 기록하면서다. 또한, 선복 부족(33.1%), 컨테이너 부족(24.7%), 화물 항공편 부족(17.8%) 등의 답변도 나왔다.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물류비는 체감 3~4배 상승했다. 한 수출 중소기업 대표는 “해외향 주문이 소폭 늘어났지만, 물류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며 “지난달 전년과 똑같은 물량을 보내는데 배로 보내는 비용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미주와 유럽, 중국·일본 등 동북아와 같이 전체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의 물류 상황이 악화하면서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주요 수출 대상국 중 미국(62.5%), 유럽연합(62.8%), 중국(22.9%) 등의 수출이 늘었지만, 물류비 상승 폭 또한 컸다. 주요 항로의 경우 지난해 5월 대비 운임 체감 상승률은 미주 동안(114.9%), 유럽(95.4%), 미주 서안(88.5%) 순으로 높았다.

이와 관련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운임이 너무 올라 수출을 지금 상태에서 미루는 기업도 있다”며 “그러나 수출을 미룬다고 운임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류비가 오르면서 기업의 경영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5월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성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조사 결과 물류 애로에 따른 어려움으로 ‘영업이익 감소’를 꼽은 중소기업은 60.5%에 달한다. 응답 중소기업의 26%가 물류운임 상승이 영업이익률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10%를 넘는다고 답했고, 10% 이하~5% 초과 하락은 27.7%, 5% 이하 하락은 46.2%로 각각 집계됐다.

중소기업의 수출액 중 물류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8%, 수입액 중 물류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 수준이다. 특히 수출액 규모가 40억 이상으로 큰 기업들의 경우 수출액에서 물류 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7.78%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비 상승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많지만 뾰족한 대응책도 없다. 대응책을 묻자 ‘대응 방안 없음’이라고 답한 수출 중소기업이 25%에 달하면서다. 이 외에는 정부 지원대책 참여(33.9%)라고 답한 수출 중소기업이 가장 많았고, 바이어 납품 기간 조정(29.9%) 등을 꼽은 기업도 있었다.

정부의 물류비 관련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호소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 중소기업이 바라는 정부 지원 방안으로는 운임지원 확대(58.0%), 선복 확보 지원 확대(17.5%), 컨테이너 확보 지원(10.2%) 등이 꼽혔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부에서 지난 하반기부터 수출입 물류애로 해소를 위해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수출입 중소기업이 체감하고 있는 물류애로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우리 수출입 중소기업들이 경기회복을 주도적으로 견인할 수 있도록 운임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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