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노예해방일 연방공휴일 지정...월가는 늘어난 휴일에 ‘골머리’

입력 2021-06-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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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금융시장 휴장에 들어가지는 않을 듯
마틴루터킹 데이에 휴장하기까지 15년 걸려
“공휴일 늘어나면 수익 줄어들어 업계는 꺼려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노예해방일(6월19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에 사인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노예해방일(6월19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에 사인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노예해방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에 서명한 가운데 월가가 늘어난 공휴일로 고민에 빠졌다고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금융시장 휴장일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노예해방일로 기념돼온 6월 19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15일 상원에 이어 전날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에서 노예해방일은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뜻하는 단어를 합쳐 ‘준틴스’(Juneteenth)로 부른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한 후 2년여가 지난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에 마지막으로 해방의 소식이 전해진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노예해방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은 미국 의회에서 오랫동안 힘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5월 백인 경찰의 무릎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목을 눌려 사망한 사건 이후 흑인의 기본적 권리 확보를 위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것을 계기로 탄력을 받게 됐다.

바이든의 서명으로 이제 노예해방일은 성탄절과 추수감사절, 독립기념일 등에 이어 미국의 11번째 연방 공휴일이 됐다. 다만 올해 6월 19일은 토요일이어서 대체휴일로 금요일인 18일 쉬게 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근 뉴욕 월가를 가르키는 표지판과 미국 성조기가 보인다. 뉴욕/AP뉴시스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근 뉴욕 월가를 가르키는 표지판과 미국 성조기가 보인다. 뉴욕/AP뉴시스

당장 18일이 갑작스럽게 휴일이 되면서 미국 금융시장은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연방 기관 대부분이 18일 휴업에 들어가는 가운데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 휴장 여부가 문제로 떠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18일 미국 금융시장이 휴장에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 증권거래소는 은행이나 증권사, 규제 당국의 의견을 받아 휴장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앞서 “향후 몇 년간 새로운 연방 공휴일을 (금융시장에) 반영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하는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18일에 쉬지만, 금융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쉰다.

하지만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는 연준의 전자증권결제서비스인 페드와이어(Fedwire)가 18일에도 계속 열리기 때문에 채권시장의 휴장을 권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선물 거래소인 CME그룹은 SIFMA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는 메모리얼데이(현충일·5월 31일)과 독립기념일(7월 4일) 사이에 연방 공휴일이 추가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미증권업협회(NASD)의 객원 교수이자 조지워싱턴대학 부교수는 “장이 열려야 사람들이 더 많이 거래하는데, 6월 19일이 연방 공휴일이 되면 증권업계는 그만큼 수익원을 잃게 되는 것”이라면서 “크든 작든 모든 업체가 고정 비용이 그대로 유지되는데 하루 수익을 잃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금융시장이 연방 공휴일 추가를 수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1983년 마틴루터킹데이(1월의 세 번째 월요일)가 연방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주요 거래소가 이를 휴일로 받아들여 휴장하는 데까지는 15년이 걸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월가 은행들은 직원들의 ‘유동적인’ 유급 휴가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6월 19일 노예해방일을 기념해 부서 간부들과 상의해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유급휴가를 갈 수 있도록 했고, JP모건과 USG그룹은 이날 미국 내 직원들에게 유동적인 유급 휴가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18일 정오에 조기 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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