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근로자 임금삭감을 방지하고 건설산업 일자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을 18일 발표했다. 건설업계는 적정임금제 도입에 대해 충분한 제도적 보완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적정임금제란 발주처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12월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을 통해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건설산업은 다단계 생산구조(원도급사→하도급사→팀·반장)로 인해 임금삭감을 통한 가격경쟁과 저가수주가 발생하는 문제가 지적됐다. 팀·반장의 중간수수료 수수 등으로 인한 임금수준 하락은 건설업 취업 기피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건설근로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하면서 국내 숙련인력이 부족해지고 불법 외국인력이 이를 대체하는 악순환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건설공사 적정임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가 재정부담이나 다른 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국가·지자체가 발주한 300억 원 이상 공사를 대상으로 우선 추진된다. 민간공사의 경우 민간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적정임금제는 공사비 중 직접노무비를 지급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한다. 측량조사·설치조건부 물품구매 등 실제 현장 작업에 투입되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추후 시행을 검토한다. 단, 전기·정보통신·소방시설·문화재 수리 공사의 근로자도 대상에 포함된다.
적정임금은 임금직접지급제, 전자카드제 등을 통해 수집된 건설근로자 임금정보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산정한다.
건설사들이 적정임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자카드시스템과 임금직접지급제 시스템도 개선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적정임금제 도입에 건설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등 6개 단체는 건설업 적정임금제 도입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들 건설 6개 단체는 "다단계 생산구조로 인해 노무비가 삭감된다는 주장이 건설근로자의 임금 지급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노무비 절감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노무량을 절감하는 것이지 개별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건설근로자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건설노동시장 특성상 일방적 임금 삭감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금직접지급제 등이 도입돼 이미 제도적으로도 임금 삭감 방지 장치가 완비돼 있다"며 "이번 정책이 정부가 추진 중인 청년 일자리 확보와도 엇박자가 나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제한된 노무비로 모든 근로자에게 중간임금 수준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면 건설업계는 생산성을 고려해 청년 인력 등 미숙련·신규근로자의 고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과거 건설업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던 미국도 과도한 공사비 증가, 일자리 감소 등 문제로 많은 주가 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용 대상을 축소하고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