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 죽는 게임, 하시겠습니까?

입력 2021-06-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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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완벽한 타인'…알고 봐도 쫄깃한 휴대폰 까기

▲연극 '완벽한 타인'. (사진=쇼노트)
▲연극 '완벽한 타인'. (사진=쇼노트)
현대인에게 휴대전화는 어떤 존재일까. 단순히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한 장치일까. 세상과 단절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통신 수단일까. 아니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있는, 나의 민낯까지 온전히 다 알고 있는 유일한 도플갱어이지 않을까.

"모든 게 다 들어있잖아. 블랙박스같이."라는 대사는 "게임 한 판 할까?"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된 '다 죽는 게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암시한다. "뭐야, 최후의 만찬이야?"는 대사와 일렬로 배치된 무대 중앙 위 식탁은 복선과도 같다.

연극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식이 있는 날 시작된다. 의사 부부인 에바와 로코가 절친한 친구 부부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식탁 앞에 앉은 인물만 7명이다. 게임을 제안한 인물은 에바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반기던 화기애애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연극 '완벽한 타인'. (사진=쇼노트)
▲연극 '완벽한 타인'. (사진=쇼노트)

규칙은 하나다. 자신의 휴대전화의 벨이 울리거나 문자가 오면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 예외는 없다. 에바의 가슴 수술을 성형외과 의사인 남편이 맡지 않는다는 사실도, 까를로타가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도 한순간에 공개된다. 여기서 끝난다면 오산이다. 더 참혹한 결과가 달의 그림자처럼 서서히 이들의 식탁을 덮친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2018년 국내에서 500만 관객을 끌어들였다. 원작인 이탈리아 동명 영화는 개봉 3년 만에 18개국에서 리메이크되며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야기 흐름은 국내 영화와 비슷하다. 개개인의 스토리보다 전체 인물들의 티키타카가 더 돋보인다는 차이는 있다.

▲연극 '완벽한 타인'. (사진=쇼노트)
▲연극 '완벽한 타인'. (사진=쇼노트)

또래 배우들이 출연해서인지, 대화하는 모습이 보는 내내 유쾌하기도 하다. '찐친미'(진짜 친구 같은 느낌)를 풍긴다. 식탁 앞에 7명이 둘러앉은 모습을 보면서 팬데믹으로 모임 인원이 제한된 현실이 야속했다.

극장을 나와 휴대전화 안에 그들이 갇힌 모습을 떠올리니 다시 간담이 서늘해졌다. 어쩌면 이 작은 기계에 매몰된 자신을 발견해 씁쓸해서인지도.

민준호가 연출했다. 유연, 장희진, 양경원, 박은석, 유지연, 정연, 김재범, 박정복, 박소진, 임세미, 이시언, 성두섭, 김설진, 임철수, 김채윤 등 15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공연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8월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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