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트] 은행연합회, 행정소송 중 금융사 CEO ‘감싸기’

입력 2021-06-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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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자율 맡겨라’ 세미나
사모펀드 피해자 억울함보다
감독부실 징계받은 CEO 두둔

▲일러스트=신미영 기자 win8226@
▲일러스트=신미영 기자 win8226@
은행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된 은행연합회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단법인 은행법학회는 지난 18일 ‘국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 개선 방향’ 특별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은행연합회는 후원을 맡았다. 세미나는 사모펀드 부실 사태로 흠결이 드러난 국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세미나에 참여한 발표자들은 내부통제제도의 법령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관련 주제 발표를 이어갔다. 발표자들은 내부통제 제도가 자율규제인 점을 내세워 금융회사 스스로 먼저 내부 점검과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같은 외부 제재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 발표 내용을 일부 살펴보면 △감독 당국의 역할은 금융업계 실무 모니터링 및 개선안 제안 권고(임정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융당국 내부통제기준 위반 제재는 지배구조법 제정 취지에 반함(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가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면 감독 당국의 검사 및 제재 시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문제는 현재 일부 금융회사 CEO가 관련 내용으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금융감독원이 내린 징계를 두고 행정소송 중이다.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내부 통제 미흡 등이 징계 사유였는데 법적 근거가 불명확해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내부 통제를 문제로 금융회사 수장들이 소송전에 뛰어든 가운데 내부 통제를 금융회사 자율에 더 맡겨야 한다는 내용의 세미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당연히 갖춰야 할 내부통제 시스템을 빌미로 검사·제재 인센티브를 언급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 산업이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설립 취지를 갖고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사말을 통해 은행이 고객의 신뢰와 시스템 안정을 바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는 은행 산업의 발전이나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억울함보다는 내부통제 징계 이슈에 직면한 금융회사 CEO를 두둔한 행사라는 비난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이슈를 세미나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여론을 몰아가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며 “금융회사 CEO의 권한이 커지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자본이 몰리고, 권력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회사 CEO가 관여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연합회는 ‘은행 산업’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갈수록 금융회사 CEO 개인을 위한 조직으로 그 역할이 변질되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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