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경쟁력 갉아먹는 정부·노동시장 후진성

입력 2021-06-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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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작년과 같은 23위에 자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64개국을 대상으로 한 평가순위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5위), 홍콩(7위), 대만(8위), 중국(16위)이 우리보다 앞섰다.

IMD는 매년 각 나라의 경제성과와 정부효율성, 기업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분야의 20개 부문에 대한 통계자료와 기업인 설문조사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평가한다. 국가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대표적 지표다.

이번 평가에서 주목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혼란에 빠진 와중에 우리 경제성과와 기업효율성이 크게 개선된 반면, 정부효율성과 인프라 분야가 뒷걸음질치면서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점이다. 경제성과가 27위에서 18위로 올랐다. 작년 성장률이 -0.9%로 뒷걸음질쳤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경제 추락을 선방한 덕분이다. 수출이 견조하게 버텨 주었고,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데 힘입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0년 33위에서 2021년 7위로 높아지면서 국내경제 평가가 11위에서 5위로 뛰었고, 국제무역이 41위에서 33위로, 고용이 12위에서 5위로 개선됐다.

반면 정부효율성이 28위에서 34위로 크게 하락했다. 조세정책과 제도·기업·사회여건 모두 경쟁력이 떨어졌다. 조세정책은 19위에서 25위로, 제도여건은 29위에서 30위로 내려앉았고, 기업여건은 46위에서 49위로 하락,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활동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가 민간의 성장력을 쇠퇴시키면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현실의 반영이다. 기업효율성의 최대 걸림돌로 노동시장이 꼽힌 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생산성과 경영활동, 금융시장 효율은 높아졌는데 노동시장 경쟁력이 28위에서 37위로 바닥 수준으로 추락했다.

정부는 우리의 양호한 경제성과가 “경제주체들이 힘을 모은 성공적 K방역과,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충격 최소화 및 한국판 뉴딜 등 정책 대응의 결과”라고 자찬(自讚)한다. 어이가 없다. 오히려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생존을 위한 노력이 국가경쟁력을 지탱하는 동안 정부의 비효율이 계속 발목잡아 온 현실만 거듭 확인됐다. 해마다 지적된 문제다.

그럼에도 기업규제와 노동시장 후진성의 고질병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돌파구도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규제의 혁파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다시 규제 혁신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와 체질 개선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틀에 박힌 목소리다. 오히려 그동안 기업의 숨통을 죄는 과도한 규제만 쏟아내고, 친(親)노동 일변도로 경제활력만 죽여 왔다. 이 정부의 지난 4년여 동안 그런 정책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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