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여름철 구름 속에 숨은 자객, 벼락

입력 2021-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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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석 기상청장

“인동현(仁同縣) 사람 함열감무(咸悅監務) 고상겸(高尙謙)의 아내 김(金)씨가 벼락을 맞았다.”

인동현은 경상북도 구미시 인의동의 옛 지명으로 이곳에 살고 있던 지방관인 감무의 아내가 벼락을 맞았다는 내용이다. 이는 태종 6년, 서기 1406년 5월 20일의 내용으로, 조선왕조실록 내 천둥, 번개, 벼락에 관한 1,000여 건의 기록 중 하나이다.

이처럼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벼락에 관해서 비교적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데, 벼락은 호우, 태풍 등에 비해 재산피해의 규모는 작지만, 인명피해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벼락은 연중 나타나지만, 5월부터 기록이 늘어나기 시작하여 6월부터 11월 사이에 집중되는데, 이는 오늘날과 같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번개 혹은 벼락을 어떻게 관측하고 있을까.

대기 중 음(-)전하와 양(+)전하는 서로 끌어당기거나 충돌하면서 전기가 방출되는데, 대기 중 전하량의 불균형이 발생했다가 해소되는 과정이 생겨난다. 이 과정에서 불꽃을 동반한 급격한 방전(放電) 현상을 번개라 하고 구름에서 지면으로 발생하는 방전을 ‘벼락 또는 낙뢰(落雷)’라 한다. 또한, 번개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수억 볼트의 전기로 인해 주변 공기가 가열되어 폭발적으로 팽창하게 되면서 소리가 발생하는데 이를 ‘천둥’이라 한다.

기상청은 낙뢰 관측을 위해 1987년부터 자동화된 관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교체된 ‘3세대 낙뢰관측시스템’은 전국에 설치된 21개의 센서로 구성되며, 낙뢰 발생 시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각 센서 간 수신시간 차를 이용하여 낙뢰 발생지점을 알아낸다. 수집된 낙뢰 정보는 기상청 홈페이지 날씨누리를 통해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제공되고 있다. 또한, 기상청은 매년 우리나라 낙뢰 발생 현황을 ‘연보’로 발간하고 기상청 행정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여 낙뢰에 관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받아 볼 수 있다.

올해 발간된 <2020 낙뢰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약 8만3000회의 낙뢰가 관측되었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약 11만8000회 보다 30% 적었으나, 2019년의 약 6만6000회에 대비해서 26% 정도 많이 관측되었다. 특히 낙뢰가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은 8월로 3만5332회(약 43%)가 관측되었으며 연간 낙뢰의 약 73%가 여름(6월~8월)에 집중되었다. 지역적으로 7월은 대전과 충남, 부산과 경남, 8월은 광주와 전남, 경기와 서울에 집중되었다.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0∼2019) 낙뢰로 인한 재산피해는 총 875건에 약 67억 원이었다. 재산피해는 전자장비 고장, 화재, 정전, 시설물 파손 순으로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총 46명으로, 원인은 감전이 44명, 화재가 2명이었으며, 사망이 6명, 부상이 40명이었다. 위치로는 산지 정상부와 농경지, 골프장, 공항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이러한 시설에서는 낙뢰에 발생에 미리 대비하여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

기상청은 낙뢰에 대비하고자 사용자 위치기반의 ‘낙뢰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기상레이더센터 누리집에서 ‘우리동네 낙뢰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현재 위치 혹은 관심지점으로부터 사용자가 원하는 거리 안에 낙뢰가 발생하면 알림을 받을 수 있어 야외 활동 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은 휴가·레저 등 야외활동의 증가로 낙뢰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산행, 캠핑 등 야외활동 이전에 날씨예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낙뢰피해예방 행동요령을 사전에 반드시 숙지하여야 한다. 야외에서 낙뢰를 만났을 때는 자동차, 건물 등으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산행 중에는 암벽이나 키 큰 나무 아래는 위험하므로 낮은 자세로 저지대로 이동해야 하고, 골프, 낚시 등의 활동에서는 장비를 멀리하고 차량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야외활동 중에도 기상청이 제공하는 낙뢰정보를 통해 낙뢰 발생을 실시간 파악하여 사전에 대피함으로써 최소한 낙뢰로 인한 인명피해만큼은 발생하지 않는 여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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