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OTT 시장 컨트롤타워 빨리 세워야

입력 2021-06-22 05:00 수정 2021-06-2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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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IT중소기업부장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OTT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1100억 달러에 이른다. 국내 이용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VOD와 OTT 이용행태 추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응답자의 52%가 OTT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절반이 OTT를 보는 셈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콘텐츠가 중요해지고 있는 사이,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CJ ENM의 콘텐츠 사용료 협상 결렬로 12일 0시부터 ‘U+모바일 TV’에서 CJ ENM의 10개 채널 실시간 방송이 나오지 않게 됐다.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지만 두 회사의 입장은 모두 강경하다.

LG유플러스는 CJ ENM 측이 내놓은 인상률이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전년 대비 2019년에는 9%, 2020년에는 24% 사용료를 인상했는데 올해는 175%를 요구해 왔다는 것을 강조한다. 반면 CJ ENM은 IPTV와 U+모바일 TV 수신료를 합산해 일괄 인상해 왔던 것을 올해부터는 대가를 분리해 받겠다는 입장이다. U+모바일 TV가 IPTV와 다른 OTT이기 때문에 별도의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 체결이 필요하다는 것.

국내 대표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CJ ENM에 이어 지상파가 콘텐츠값을 올려 받기 위해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IPTV의 경우 방송법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에 근거해 정부가 사업자들을 규제할 수 있다. 반면 현행법상 OTT를 규율하는 법은 없다. 여러 부처에서 법제화 시도가 있지만, 현재까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느닷없이 방통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이용자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번 개입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채널을 공급하는 CJ ENM은 방송법에 따라, OTT를 서비스하는 LG유플러스는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규율할 수 있다는 논리다. 두 법 모두 사업자가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는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OTT를 규율하는 법이 없으니 기존 다른 법을 적용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2015년 지상파 3사가 U+모바일 tv에서 송출을 중단하고, 지난달 KBS N플러스도 송출 중단했을 때도 방통위는 나서지 않았다. 2개월 전인 4월 말 디즈니가 토종 OTT인 웨이브에서 관련 콘텐츠를 뺄 때도 사업자 간 계약이라며 손 놓고 있던 정부가 아니던가.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정부 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자기 부처 밥그릇 챙기기를 위한 제각각 법제화 시도는 빨리 그만둬야 한다. 청와대 주도로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체부 등 관계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 OTT 정책협의회’ 역시 주도적 역할을 못 하고 있지 않는가.

소비자를 위한, 그리고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며 시장 파이가 커지는 OTT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날개를 펼 수 있는 제도 마련에 하루빨리 착수해야 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영화 제작사 MGM 인수에 나섰다. 미국 통신·미디어 그룹 AT&T는 자회사인 워너미디어를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OTT 업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전 세계 가입자가 각각 2억7000만 명, 1억여 명에 이른다.

정부가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 사이, 글로벌 경쟁 업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규제를 할 거면 확실하게, 시장을 살리려면 명쾌한 기준과 진흥책을 내놔야 할 시기다. 더는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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