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미국의 귀환’, 安美經中 설 땅 없다

입력 2021-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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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미국이 돌아왔다”.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정상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일성(一聲)이다. 그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세계를 이끄는 길에 미국의 신뢰를 재건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은 더 구체화됐다. G7 정상들의 공동성명은 반중(反中) 연대 선언문이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긴장을 높이는 어떤 일방적 시도도 강력 반대한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 홍콩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이 허용돼야 한다. 신장 위구르족 등의 강제노동을 규탄한다. 코로나19 기원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 민감한 이슈를 모두 건드리면서 직접 비판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B3W) 출범에도 합의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인도·태평양 지역 저소득 국가 인프라 개발에 40조 달러 규모를 지원한다는 서방 진영의 파트너십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한 중국의 경제영토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대일로는 육상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잇고, 해상으로 동남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옛 ‘실크로드’의 재현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제창해 그동안 철도·항만·고속도로 등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면서 세계 100여국에 영향력을 키워 왔다.

바이든은 더 나갔다. G7 정상회의 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의 시동을 걸었다. NATO 30개 회원국 정상들은 중국을 “국제질서와 동맹안보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공동대응을 선언했다. 냉전시대 구(舊)소련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창설된 유럽방위망인 NATO가 중국을 집단안보의 전략 개념에 넣기로 한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무력충돌까지는 아니어도, 새로운 강대국의 부상이 기존 패권국가와 전쟁을 불러온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더 빠져드는 양상이다. 중국은 강력 반발한다. “소집단의 사이비 다자주의가 중국 내정에 멋대로 간섭한다”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서방국들의 연대가 얼마나 견고하게 작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중국과의 대립각을 여전히 불편해하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계산법이 다른 현실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일극(一極) 패권에 대한 위협을 용납않겠다는 중국 고립화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진다. 이번 G7 정상회의에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 인도·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 정상들도 함께 초청됐다. 지역 대표의 성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한국이 사실상 G8의 위상을 과시한 역대급 외교성과라며 추켜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한가하고 천박하다. 국민들은 오히려 그것이 반중 국제질서 구축에 동참하라는 강력한 요구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도전적 딜레마에 직면한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은 경제·무역·기술·안보를 한데 묶는 전방위 동맹의 구축이다. 미국·일본·인도·호주의 4국 안보대화(쿼드)와 한국·베트남·뉴질랜드도 포괄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도 마찬가지다. 국제질서의 전환기적 변혁이다. 두 강대국의 충돌과 대립은 더 격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좌표도 흔들리는 엄중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힘의 논리로 피아(彼我)를 가르는 질서는 싫든 좋든 우리의 선택을 강요한다.

미국은 G7 회의에 앞서, 반도체와 배터리·희토류·바이오 등 4대 핵심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을 위한 전략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과 유럽, 일본, 대만 등과 손잡고 중국에 휘둘렸던 공급사슬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해 새로운 규범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동맹국들의 ‘대통령 포럼’(Presidential Forum)도 제안했다. 우리 삼성과 SK, LG 등 대표 기업들이 비중 있는 협력 파트너로 적시돼 있다. 한국에 동맹의 역할과 책임, 반중 연대 동참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우리 기업과 기술을 절실한 ‘전략자산’으로 평가한 것이다.

냉엄한 현실이다. 불가피한 선택의 다른 여지는 없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우리가 추구하는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인권가치의 공존 대상이 어디인지, 안보와 경제의 미래를 누구와 협력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를 중국에 기대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어정쩡한 전략은 더 이상 설땅이 없어진다.

손에 든 패가 뻔히 읽히는 양다리 걸치기의 ‘전략적 모호성’만큼 위험한 외교도 없다. 그게 가능하려면 어느 강대국도 우리를 함부로 흔들 수 없는 지렛대를 가져야 한다. 미국 주도의 반중 경제블록과 안보의 결합 구도는 분명 우리의 엄중한 위기다. 그럼에도 새로운 동맹체제에서 우리가 종속적 위치를 벗어나 전략자산을 독립적 상수(常數)로 만들고 중심의 위상을 구축한다면 다시 번영과 튼튼한 안보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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