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용과 외면'…법정 최고금리의 양면

입력 2021-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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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산 금융부 기자

“비대면 50 빌립니다.”

온라인 대출 플랫폼 A에 급전(급하게 쓸 돈) 문의가 빗발친다. 대출 수요자가 자신이 필요한 금액과 함께 직업 유무, 대출 요건 등을 간략하게 작성하면 이곳에 등록된 대부업체가 따로 연락해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급전은 신용등급이나 기존 대출액 등 제도권 금융사가 고려하는 항목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급전에 달라붙는 이자도 개인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일종의 ‘시세’가 정해져 있다.

물론 대부업체가 이 시세를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기에 표본을 통해 추정해야 한다. 한 대출자는 “50만 원 대출을 기준으로 70만 원을 냈다”고 했다. 이자 자체는 20만 원으로 급전에 대한 대가로는 엄청 많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게 대출 수요자들의 생각이다. 이 대출을 한 달 만기로 규정하면 연 이자율이 480.0%이다. 법정 최고금리 제한이 무색한 숫자가 등장한다.

만약 50만 원을 빌려주는 대가로 대출 공급자가 이자를 ‘1만 원’ 받으면 연 이자율이 24.0%이다. 최근 개정된 법정금리 기준에 따르면 법 위반이 된다. 연 금리 20% 기준에 따르면 50만 원은 이자로 8000원을 받아야 연 이자율 기준을 지킬 수 있다. 당연히 8000원 받자고 50만 원을 빌려주는 사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급전 시장은 존재 자체가 불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합법적인 등록 대부업체를 취급한다는 A 플랫폼의 광고 문구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대부업체가 취급하는 돈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대개 500만 원 이하의 금액이고 이마저도 개인은 쳐다보기 어려운 돈이다. 보통 50만~100만 원을 빌리는 시장이 형성된 곳이 대부업계다. 그런 곳에서 수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시장에서 통용되는 ‘연 이자율’ 기준이 적용될 리 만무하다. 누구는 480%의 이자를 감수해야만 50만 원을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은 포털사이트에 급전 대출만 검색해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출 금리는 다수의 제도권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이는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과 그렇지 않은 금융시장을 하나의 기준으로 적용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늘 남는다. 금융시장이 아무리 선진화되고 표적 분석을 통해 개인 대출의 요건을 더 관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세상이 오더라도 누구는 생존을 위해 50만 원을 당장 빌려야 한다. 법정 최고금리는 점차 많은 사람을 포용했으나, 언제나 이들을 외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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