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연일 커뮤니티 달구는 '불륜' 폭로…문제 없을까?

입력 2021-06-22 15:58 수정 2021-06-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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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불륜" "△△상간녀"…온라인상 계속되는 폭로
무분별한 신상 유포, 여론 재판…괜찮을까?
폭로 내용 사실이어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최근 네이트판과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륜 폭로 글이 올라며 관계자의 신상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네이트판과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륜 폭로 글이 올라며 관계자의 신상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륜 관련 폭로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 4월 대구 상간녀 폭로 글을 시작으로, 이달 11일에는 모 은행 직원 간의 불륜 폭로글, 17일에는 직원 간 불륜으로 일어난 싸움이라며 한 여성이 회사 로비에서 다른 여성의 머리채를 붙잡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문제는 불륜 폭로 이후 사건 관계자들의 신상이 온라인상에 공공연하게 퍼졌다는 점이다. 이름, 재직하고 있는 회사, SNS는 물론, 출신 대학교와 사진까지 퍼졌다. 모 은행 불륜 사건의 당사자로 알려진 한 20대 여성은 대학생 시절 출연한 유튜브 영상과 뉴스 인터뷰까지 알려져 악성 댓글 세례를 받고 있다.

불륜, 사실이어도 퍼뜨리면 형법상 '명예훼손'

▲온라인상에 폭로한 불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상에 폭로한 불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폭로한 불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많은 사람이 보는 곳에 개인정보와 함께 퍼뜨리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름을 가리더라도 나이, 재직 중인 회사, 예식장 등 정황상 누군지 유추할 수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

폭로 글을 퍼 나르거나 '불륜 사건 총정리'라며 사적인 내용을 재가공한 사람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 등 지인들과의 대화방이나 1:1 대화라 하더라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면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게시한 내용이 허위라면 처벌은 더 무거워진다. 허위 사실 명예훼손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는다는 이유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됐다. 갑질 폭로나 양육비 미지급 부모 폭로 등 정당한 비판에도 재갈을 물린다며 이른바 '나쁜 놈 보호법'이라 불리기도 했다.

앞서 UN인권위원회는 2011년, 2015년 대한민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정식으로 권고했다. 2018년 4월에는 법학 교수 및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헌재 "사실적시 명예훼손 합헌" 판단에도…여전히 의견 분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뉴시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뉴시스)

꾸준한 폐지 요구에도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25일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관 9명 중 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다. 찬반이 팽팽했지만, 아직은 형법상 죄로 본 것이다.

헌재는 “오늘날 매체의 다양화로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 속도와 파급 효과가 광범위해지고 있고, 명예가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점 등을 볼 때 명예훼손적 표현 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합헌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4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범위를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불륜은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해 불륜 폭로와 관련한 부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륜이 도덕적으로 잘못됐지만, 제 3자인 네티즌이 나서서 신상털이식 여론 재판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여론 재판에 대한 우려는 2005년 이른바 '개똥녀 사건' 부터 제기됐지만, SNS·유튜브 등이 등장하며 여론 재판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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