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해 “화면 크든 작든 상관 없어” 입장 바꿔
코로나19로 극장 문 닫았을 때 넷플릭스 도움 받기도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앰블린파트너스는 영화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앰블린파트너스는 스필버그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여러 편의 장편 영화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성명을 내고 “양사는 새로운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들려주게 됐다”며 “이는 관객들에게 다가갈 놀라운 기회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업체가 제작한 영화를 ‘TV 영화’로 규정하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8년 ITV와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시청하는 스트리밍 영화는 에미상을 받을 자격은 있지만, (극장 상영 조건이 있는) 오스카상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카데미상은 최소 일주일 동안 로스앤젤레스(LA) 지역 영화관에 상영돼야 후보작에 오를 수 있다는 조건을 가진다. 그동안 넷플릭스 영화들이 좋은 평을 받아도 아카데미상에선 외면받은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랬던 스필버그가 스트리밍 영화를 만들기로 한 것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나온 인식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스필버그는 과거에도 넷플릭스와 애플TV+, NBC유니버설의 피콕 등 여러 스트리밍 업체들과 종종 프로그램 제작을 협업했다.
이후 그는 2019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맞는 즐거움을 찾기를 바란다. 화면이 크든 작든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이야기를 다루는 콘텐츠”라며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화 산업이 어려울 때 스트리밍의 도움을 받은 경험도 있다. 앰블린파트너스의 대표작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애초 파라마운트픽처스를 통해 극장 개봉 예정이었지만, 극장이 문을 닫자 넷플릭스에 배급권을 넘겨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작품이 아카데미상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스필버그를 비롯한 할리우드의 인식을 바꿨다는 평을 받았다.
WSJ는 “넷플릭스가 최근 유능한 감독을 모시기 위해 자사 작품을 극장에 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이렇게 기존 영화 산업에 융화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 역시 스필버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