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2일 공개한 5G(5세대 이동통신) 신규 기술 및 솔루션은 속도는 높이는 동시에, 소비 전력과 크기는 줄인다는 방향성을 갖췄다. 통신 장비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제품 경쟁력을 대폭 높여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신규 기지국용 핵심 칩은 △2세대 5G 모뎀칩(5G Modem SoC) △3세대 밀리미터 웨이브 무선통신 칩(mmWave RFIC) △무선통신용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통합 칩(DFE-RFIC Integrated Chip) 등 3종이다.
'2세대 5G 모뎀칩'은 기존 대비 데이터 처리 용량은 2배로 늘리면서도, 셀(Cell)당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줄였다. '3세대 밀리미터 웨이브 무선통신 칩'은 안테나 크기를 약 50% 줄일 수 있는 첨단 기술을 탑재했다.
'무선통신용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통합 칩'은 지원 주파수 폭을 최대 2배 늘리고 기지국의 무선 신호 출력을 높이면서도 소형화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핵심 칩 3종 제품은 2022년 출시되는 차세대 고성능 기지국 제품군에 탑재된다. 해당 제품군엔 △'3세대 듀얼밴드 콤팩트 매크로(Dualband Compact Macro)' 기지국 △'다중입출력 기지국(Massive MIMO Radio)' △'원 안테나 라디오(One Antenna Radio)' 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3세대 듀얼밴드 콤팩트 매크로 기지국'은 업계 최초로 2개의 초고주파 대역을 동시에 지원하고, '다중입출력 기지국'은 400MHz 광대역 폭에, 새로운 방열 기술을 적용해 소비 전력을 대폭 낮췄다.
'원 안테나 라디오(One Antenna Radio)' 솔루션은 3.5GHz 대역을 지원하는 대용량 다중입출력 기지국과 700MHz 대역부터 2.6GHz 대역을 지원하는 수동형 안테나를 통합해 망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밖에 초고속 5G 상용 망에도 적용할 수 있는 '5G 가상화 기지국(vRAN)' 솔루션도 첫선을 보였다.
삼성 네트워크 사업부가 5G 신규 기술을 무기로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건, 미국의 압박으로 5G 통신 장비 시장에서 내리막을 걷고 있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LTE(롱텀에볼루션) 시기까지만 해도 통신 장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5G 시장에서 성장 속도를 대폭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한국 통신 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7조9000억 원) 계약을 성사한 이후, 지속해서 5G 통신 사업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 3월에도 캐나다 사스크텔, 일본 NTT도코모에 5G 이동 통신 장비 공급 수주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 중순엔 영국 다국적 통신사업자인 보다폰 5G 가상화 기지국(vRAN) 분야 핵심 공급사로 선정됐다. 업계에선 '시장 1위' 화웨이와 오랜 고객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이동통신사를 대거 신규 고객으로 유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성과로 해석한다.
다만 아직까진 화웨이·에릭슨·노키아 3강 체제가 굳건한 상황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5G 장비 시장에선 화웨이가 31.4%로 1위, 에릭슨과 노키아가 각각 28.9%, 18.5%로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ZTE(11%)에 이어 7.1%로 5위를 차지했다.
전경훈 사장은 "급성장하고 있는 5G 시장에서 이미 4G 사업 계약 건수보다 더 많은 사업 계약을 수주했다"며 "전 세계 400만 대 이상의 5G 기지국을 공급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0년 이상의 자체 칩 설계 경험과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5G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5G 너머 차세대 시장에선 선두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The Next Hyper-Connected Experience)’이라는 비전을 내건 6G 백서를 공개한 이후, 6G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최근 테라헤르츠 데이터 통신에 성공하는 등 6G 기술 투자에도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라며 "6G 시대가 도래하면 확장 현실, 초고해상도 렌더링, 디지털 복제 등 사용자의 손끝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