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무한확장 나서는 가전업계…음식물처리기 시장에 대기업도 저울질

입력 2021-06-23 15:12 수정 2021-06-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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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족’ 늘며 시장 성장하자 제품 출시 줄이어…삼성전자도 상표 출원하며 검토

▲캐리어에어컨, 바이오 음식물 처리기 ‘클라윈드 위즈’ (사진제공=캐리어에어컨)
▲캐리어에어컨, 바이오 음식물 처리기 ‘클라윈드 위즈’ (사진제공=캐리어에어컨)

국내 가전업계가 거실, 안방 가전을 넘어 주방가전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시장 진출도 저울질하고 있다.

캐리어에어컨은 최근 바이오 음식물 처리기 ‘클라윈드 위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캐리어에어컨만의 단독 특허 기술로 배합 및 제작한 미생물 ‘바리미’가 친환경적으로 음식물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1일 최대 1.2㎏의 음식물 처리량을 자랑하며 음식물의 95% 분해할 수 있으면서도 수시로 음식물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더 제로’라는 상표권을 출원하며 음식물 처리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더 제로 상표 설명에 가정용 전기식 음식물 쓰레기 발효기, 음식물 폐기물 감량처리기, 음식물 쓰레기 미생물 처리기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주방 가전과 어울리는 ‘비스포크’를 적용한 음식물 처리기를 선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냉장고와 같은 백색가전에서 벗어나 직화오븐, 인덕션, 식기세척기, 정수기까지 진출한 삼성전자가 음식물 처리기 신제품까지 출시해 주방 가전 라인업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린나이는 습식분쇄와 미생물 분해 방식을 결합한 싱크대 일체형 ‘비움2’를 선보였다. 한샘 역시 부엌 싱크볼과 연결해 음식물을 분쇄해 미생물로 처리하는 방식의 ‘오큐(O’ Cue)‘를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중소업체에서는 스마트카라, 에코체, 웰릭스, 싱크리더, 린클 등이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진출해 있다. 계절 가전으로 유명한 신일전자는 올해 여름 음식물 처리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음식물 처리기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집밥족’이 늘면서 함께 커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집계한 지난해 음식물 처리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6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요 업체들의 매출 기준으로 추산한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3월 전국 2300만 세대를 기준으로 음식물 처리기 보급률은 약 1% 내외로 추산된다. 이는 연간 20만~30만 대가 판매되는 규모다. 2023년경에는 보급률이 5%를 넘어서며 시장 규모가 1조 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음식물 처리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중견, 대기업들의 음식물 처리기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음식물 처리기는 말려서 음식물을 처리하는 건조식, 여기에 분쇄를 결합한 건조분쇄식, 싱크대에서 음식물을 갈아서 처리하는 습식분쇄식,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하는 미생물식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하수도로 음식물 찌꺼기를 갈아 배출하는 방식이 문제로 떠올랐다. 정상적인 제품은 음식물 찌꺼기를 1차 처리기에서 갈아낸 뒤, 2차 처리기를 통해 80%를 걸러내고, 나머지 20%만 하수구로 배출해야 하는데, 2차 처리기를 제거한 불법 제품이 시중에 유통·판매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5개 통신판매중개 사이트(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쿠팡)를 통해 판매되는 주방용 오물분쇄기 247개를 분석한 결과, 62.3%에 해당하는 154개 제품이 불법 제품으로 나타났다. 합법 유통 제품은 38.7%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음식물 처리기 관련 소비자 피해접수도 최근 3년간 총 1907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하수구로 찌꺼기를 내보내는 모든 오물 분쇄기를 판매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은 하수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업계 관계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최근 음식물 처리기 시장이 빠르게 커졌지만, 이에 대한 기준과 규정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며 “음식물 처리 방식을 놓고 합법성과 효율성, 비용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새 기준이 정립되면, 국내 중견·대기업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앞다퉈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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