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호반까지 가세한 대우건설 입찰 ‘점입가경’

입력 2021-06-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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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대우건설 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2020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6위인 대우건설 인수전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참전 의사를 밝힌 중흥그룹과 DS네트웍스를 비롯해, 3년전 우선협상대상자임에도 중도 포기한 호반과 외국계인 아부다비투자청까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며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로 다가온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중흥, DS네트웍스 외에도 호반과 중동계 자본인 아부다비투자청 등이 참여를 검토하며 4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4일 매각 주관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를 통해 본입찰 일정을 통보하고 관심있는 업체들은 오는 25일까지 제안서 제출을 요청했다. 매각 대상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유력 업체 참여에 흥행은 성공

유력 업체들이 입찰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22일 증시에서 대우건설 주가는 9.01%(740원)나 급등했다. 9%대 상승률은 지난 2월1일 이후 처음이다.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기업들을 보면 주택사업을 위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DS네트웍스는 지난 1992년 시행사업을 시작한 부동산 디벨로퍼로, 서울 마곡, 인천 송도, 청라, 루원시티 일대 분양에 성공해 지난 2019년과 지난해 연속 매출이 1조 원을 넘기는 등 숨겨진 부동산 업계 강자다. 대우건설 전에도 지난 2018년 삼환기업 인수전과 지난 해 두산건설 인수전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유력 건설사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DS네트웍스는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인프라 전문 투자회사 IPM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은 세종시 등 신도시 공공택지를 입찰 받아 주택을 분양하면서 급성장했다. 2012년 3426억 원 수준이던 중흥건설주식회사 연결(계열사 포함) 매출은 지난해 3조1516억 원으로 10년도 되지 않아 10배 가까이 늘었다. 그룹 내 시공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이 있다. 이 밖에도 중흥그룹은 30여개 주택·건설·토목업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중흥그룹은 자산총액만 9조2070억 원에 달한다. 만약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재계순위가 미래에셋, 현대백화점과 비슷한 20위 권으로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중흥은 대우건설 인수로 주택사업에 치우쳐진 현재의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공공택지 공급이 마무리되며 집 지을 땅이 없어진 상황에서 해외건설 등에 특장점이 있는 대우건설 인수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반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흥과 함께 호남을 대표하는 건설사 그룹인 호반은 성장 스토리 역시 중흥과 비슷하지만 이미 M&A 시장에서 여러번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호반은 지난 2018년 1월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된 바 있는데 당시 거론된 매각 가격은 1조6242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밀 실사 과정에서 3000~4000억 원에 달하는 해외 채권 문제가 불거지며 인수를 포기했다. 이같은 전력이 이번 인수전에서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당시 매각을 진행했던 산업은행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았던 부분이 지적됐던 만큼 호반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에 22일 증시에서는 계열사인 대한전선 주가가 15% 이상 뛰기도 했다.

◇관건은 가격이 될 전망

특히 중흥과 호반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나 컨소시엄 구성없이 단독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최근 정부가 공공택지 공급을 하지 않으면서 자체사업이 어려워졌고 이로인하 이들 기업에 두둑한 실탄이 쌓여있다는 점이 대우건설 인수전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내부에서 선호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ADIA), 중국건축정공사(CSCE)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본입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시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관건은 가격이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을 주도하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최저입찰가로 주당 9500원을 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유지분(50.75%, 2억1093만1209주) 감안 시 예상 매각가는 약 2조 원 수준인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할 경우 주당 1만 원 선을 넘길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을 당시 합의했던 인수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25~29%로 설정한 주당 7600원(총 1조6200억 원 규모) 선이었는데 약 3년 사이 5000억 원 가량 가격이 오른 셈이다.

물론 그 동안 대우건설은 체질개선에 공을 들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289.7%에서 2020년 말 247.6%, 2021년 3월 말 243.6%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부채도 7조2094억 원에서 6조9734억 원으로 3.3% 줄었다. 유동비율도 2019년 말 119.0%에서 2020년 말 121.0%, 2021년 3월 말 128.6%로 9.6%p 개선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매각 무산 이후 대우건설의 해외부실과 숨은 잠재부실이 거의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건설시장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건설사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지만 가격의 적정성 여부는 본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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