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스텔싱①] "정관수술" 믿었다 임신…스텔싱 피해 급증

입력 2021-06-27 16:22 수정 2021-06-27 17:1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1-06-27 16:21)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20대 여성 A 씨는 최근 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남성 B 씨를 만났다. A 씨는 B 씨와 얘기가 잘 통하고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했고, 서로 동의하에 성관계를 갖게 됐다. B 씨는 성관계 도중 "정관수술을 했다"며 피임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A 씨가 임신하게 되면서 B 씨의 거짓말이 들통났다. A 씨는 출산하려고 했지만 B 씨가 양육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결국 낙태를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B 씨가 두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A 씨는 현재 법률대리인을 통해 B 씨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 '스텔싱'(Stealthing)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텔싱은 성관계 중 상대방과의 합의 없이 몰래 피임기구를 제거하거나 훼손하는 행위, 상대방이 원치 않는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 등을 말한다. 레이더 등에 탐지되지 않도록 위장하는 군사 기술인 '스텔스'(Stealth)에서 유래한 말이다.

스텔싱은 2014년 캐나다에서 성범죄로 규정된 이후 독일, 스위스, 프랑스, 뉴질랜드 등 국제 사회에서 형사 처벌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27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텔싱을 성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게시글이 총 8건 등록됐고 약 5만 명이 동의한 상태다.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졌던 2019년에는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에’ 스텔싱 처벌 법안을 마련해달라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스텔싱 처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고 스스로 자율적으로 성적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일부다.

김희정 계명대학교 인권센터 교수는 2019년 법학논문집에 게재한 ‘스텔싱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한 소고’ 논문에서 “미투(Me Too) 운동으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과 동의에 의한 성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고, 동의에 의한 성관계의 보호 범주에 스텔싱도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법원도 스텔싱을 성범죄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올해 2월 법원에서는 스텔싱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로 보고 이에 대한 민사상의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 나왔다. 당시 재판부는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을 예방하고 안전한 성관계를 희망한 피해자를 속였다”면서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은의법률사무소 이은의 변호사는 “법원이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판결”이라면서 “스텔싱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남녀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합리적이고 건전한 사고와 바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신라면·빼빼로·불닭까지...뉴욕은 지금 K푸드 앓이중[가보니(영상)]
  • 수험생 정시 입결 활용 시 “3개년 경쟁률·충원율 살펴보세요”
  • 트럼프, 2기 재무장관에 헤지펀드 CEO 베센트 지명
  • 송승헌ㆍ박지현, 밀실서 이뤄지는 파격 만남…영화 '히든페이스' [시네마천국]
  • 강원도의 맛과 멋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단단단 페스티벌' 外[주말N축제]
  • 野, 오늘 4차 주말집회…‘파란 옷, 깃발 금지' 먹힐까
  • '위해제품 속출' 해외직구…소비자 주의사항은?
  • “한국서 느끼는 유럽 정취” 롯데 초대형 크리스마스마켓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6,343,000
    • +0.28%
    • 이더리움
    • 4,709,000
    • +2.95%
    • 비트코인 캐시
    • 737,500
    • +11.24%
    • 리플
    • 2,137
    • +9.2%
    • 솔라나
    • 357,900
    • +1.24%
    • 에이다
    • 1,516
    • +22.95%
    • 이오스
    • 1,081
    • +14.51%
    • 트론
    • 303
    • +9.78%
    • 스텔라루멘
    • 611
    • +52.75%
    • 비트코인에스브이
    • 100,600
    • +9.95%
    • 체인링크
    • 23,940
    • +14.49%
    • 샌드박스
    • 564
    • +17.0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