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패소, ‘망 이용료 지불’ 길 열렸다…향후 파장은?

입력 2021-06-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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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CP의 망 이용 대가 지급 갈등 관련 판례 생겨

(사진제공=SK브로드밴드)
(사진제공=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SKB)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통신사가 콘텐츠 업체(CP)로부터 정당한 사용료를 받을 길이 열린 동시에 향후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글로벌 CP와의 협상에서도 통신사가 망 이용료를 요구할 근거가 만들어진 셈이다.

지난해 4월 넷플릭스의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B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인터넷망 운영ㆍ증설ㆍ이용에 대한 대가를 SKB에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법원이 이를 확인해달라는 취지였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이 같은 넷플릭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달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는 원고(넷플릭스) 패소로 판결했다. 넷플릭스가 제기한 두 가지 청구 중 SK브로드밴드와 협상 의무가 없다는 걸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청구는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이다.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한 부분이 기각되면서, 넷플릭스의 주장은 틀린 것이 됐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한국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망 사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ISP인 SKB가 CP인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내라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는 견해였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의무가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볼 수 있게 갖다 놓는 것까지일 뿐 망 이용 의무는 SKB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접속료와 전송료를 분리해 판단하기도 했다. 이용자와 ISP 간 거래는 접속료, CP가 ISP에 보낼 때의 거래는 전송료로 분리했다.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전송료는 CP가 따로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대가 지급을 면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 사용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SKB와 넷플릭스의 관계를 신용카드회사와 가맹점 관계에 비유했다. 신용카드 회사가 신용카드 회원인 소비자로부터 연회비를 받고, 가맹점으로부터도 결제 수수료를 받는 등 동일 서비스에 대해 양 당사자로부터 이용 대가를 받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예다. 즉, SKB가 이용자들로부터 유선 통신료를 받고,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은 카드회사가 소비자와 가맹점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서비스 가입자에 대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넷플릭스의 적극적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주장처럼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료’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트래픽 증가가 SKB의 수익으로도 연결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SKB의 넷플릭스 서비스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에서 지난해 3월 400Gbps로 8배가량 급증했다. 이에 SKB가 부담한 인터넷망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법원은 “SKB는 넷플릭스가 부담할 망 이용 대가가 2017년 15억 원, 지난해에는 272억 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SKB가 넷플릭스와 관련한 거액의 비용을 상쇄할 만한 규모의 영업상 이익을 얻고 있음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대가 산정이나 지급 방식은 기업 간 협상의 문제로 남겨 놨다. 넷플릭스는 “법원의 판결문을 현재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항소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다.

통신 업계는 대체로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웨이브, 왓챠 등 국내 CP들은 ISP에 망 이용 대가를 내지만, 구글 등 대형 해외 CP는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해외 CP들은 캐시서버 비용 명목으로 연간 수억 원 수준만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트래픽 점유율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25.9%로 1위였고, 넷플릭스(4.8%)와 페이스북(3.2%)이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해외 CP들이 트래픽은 네이버, 카카오보다 많이 차지하면서도 망 사용료는 국내 CP들보다 현저히 적게 낸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에 따라 통신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외 CP들과 망 사용료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국내 서비스를 준비하는 CP들이 통신사와 제휴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중요한 판례가 될 수 있다. 통신사들로서는 더 활발하게 망 이용료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와 제휴 관계인 KT와 LG유플러스도 향후 망 사용료 협상에 나설지 주목할 부분이다.

넷플릭스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요금 인상 카드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이미 넷플릭스는 올해 4월 ‘한 달 무료 체험’을 종료하는 등 요금 인상의 기미를 보였다. 다만, 이렇게 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이용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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