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대립 격화, 지급능력이 최우선 기준

입력 2021-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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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24일의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급 1만800원을 제시했다. 올해 8720원보다 23.9%나 높다. 최저임금위는 29일 6차 회의부터 노사 양측의 요구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갈 예정인데, 경영계는 최소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다. 어느 때보다 난항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일정과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7월 중순까지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계는 지난 2년간 저율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계가 악화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1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실패였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세워 과속 인상을 밀어붙였다.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됐다. 그러나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현실을 무시한 고율 인상의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직원을 줄이고 사업장 문을 닫았다.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없어지면서 고용참사가 빚어졌다. 결국 2020년 인상률이 2.87%로 조정됐고, 작년 코로나19 충격까지 덮치자 올해 인상률은 1.5%로 낮아졌다.

경영계는 과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여전히 무겁고,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임금지급 능력이 악화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영업 자체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43.8%가 이미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

노동계가 요구한 1만800원 최저임금은 최대 49만4000개의 일자리를 없앤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19년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적용해 최저임금 시나리오별 일자리 감소를 계산한 결과다. 5% 인상(9156원) 때 4.3만~10.4만 개, 10%(9592원)면 8.5만~20.7만 개, 20%(1만464원)인 경우 17.1만∼41.4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지급 능력이 안 돼 지금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들이 많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임금노동자 비율이 2019년 16.5%, 작년 15.6%에 달했다. 사정이 이런데 노동계의 두 자릿수 인상 요구는 과도하고 무책임하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구도에서 공익위원들이 결정의 키를 쥐게 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한다. 노사간 간극이 크고 합의가 어려운 구조인데 결정 시한은 촉박하다. 공익위원들의 중재와 합리적 결정을 이끌어낼 책무가 어느 때보다 크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수용성이다. 경제 현실, 고용에 미치는 영향, 노동생산성도 고려한 판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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