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권주자, 재난지원금 논쟁…경선연기와 다른 反이재명 구도

입력 2021-06-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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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비롯 추미애·이광재·김두관 '전 국민 지급'
정세균 위시 양승조·최문순·박용진 '선별 지급'…이낙연은 모호
이광재·김두관·박용진, 경선연기 때와 구도 달리…추미애는 연이어 이재명 측
당정, 재난지원금 곧 결론…"국민 80~90% 사이로 절충할 듯"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대권 주자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대권 주자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여권 대권 주자들이 코로나19 대응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표 정책비전인 기본소득의 ‘동력 확보’를 위해 전 국민 지급을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

대선 출마가 확정된 9명 주자들 중 입장이 모호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외 8명은 절반씩 나뉜 양상이다. 이 지사를 비롯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광재·김두관 의원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양승조 충남지사·최문순 강원지사·박용진 의원은 선별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이 지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별지급 필요성을 지속 제기하는 데 대해 지난 24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전 국민 지급 주장을 언급하며 “기재부는 지휘권자인 대통령님의 지시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정 전 총리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5차 재난지원금을 상위 1% 부자에게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매몰된 표퓰리즘”이라며 이 지사의 기재부 압박을 겨냥해 “‘대통령의 뜻을 따르라’며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식의 발언도 절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같은 날 “모든 국민이 피해자이니 세금을 많이 낸 국민을 배제하지 말고 공평히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정의에 부합한다”며 “국민 위로하는 국가정책의 혜택에서 상위소득자 일부를 제외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앞서 경선연기론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던 이 지사와 정 전 총리가 재난지원금을 두고 재차 대립하는 모습이다. 이 지사가 직접 반박까지 나서는 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안착돼야 자신의 ‘시그니처’인 기본소득의 동력도 얻을 수 있어서다. 그렇기에 정 전 총리는 “자기주장 합리화를 위해 사안마다 보편지원을 요구하는 발언은 절제돼야 한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다만 재난지원금 논쟁은 ‘이재명 대 반(反) 이재명’ 구도와는 관계없이 대권 주자들 의견이 갈리는 양상이다. 정 전 총리와 함께 경선연기론을 주장했던 이 전 대표와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은 다른 의견을 내서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표 재임 때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한 바 있고, 이 때문에 이번 재난지원금 논쟁에 대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입법이 우선”이라며 지급대상에 대해 확답하지 않은 상태다.

이광재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은 모두에 지급해야 한다”며 “기재부는 대체 무슨 권리와 자격으로 국민 세금의 주인행세를 하나”라면서 이 지사와 같은 주장을 냈다.

김두관 의원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받아본 국민이 현금 지급에 호의적인 측면이 있으나 기본소득을 현실에 붙이려면 시간이 걸려 쉽지 않은 정책”이라며 기본소득을 비판했지만, 앞서 올 초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필요하고 나아가 100조 원 재정확대로 기본자산 도입까지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측엔 추 전 장관도 있다. 경선연기론 논란 때도 반대 입장에 선 데 이어 재난지원금 논쟁에서도 이 지사와 같이하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생 저수지가 고갈된 지금은 전 국민 지급으로 내수를 일으키는 게 맞다. 민주정부 재정 당국은 국민의 절박한 요구에 복무할 의무가 있을 뿐, 재정 담당 관료의 권리가 아니다”고 했다.

정 전 총리와 함께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주장하는 이들은 27일 하루에 국회 소통관에서 줄줄이 주장을 쏟아냈다.

박용진 의원은 “재난이 집중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취지에 맞다. 축하·기여·장려금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모두 똑같이 나눠주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재난은 모두가 맞았지만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경선연기 논란 때는 이 지사와 입장을 같이 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전 국민에 드릴 수도 있겠지만 재난지원금이라는 명칭을 쓰는 한 피해를 본 사람에 지급하는 게 맞다”며 “피해를 보지 않은 대기업·공기업·공공기관 근로자 등에 왜 지원을 해야 하나. 격려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럴 만큼 재정이 여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근로자들은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으니 코로나19 상황 탓에 잘 쓸 수도 없어 저축만 늘리고 있다”며 “저소득층 등에 선별적으로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고위당정협의에서 재난지원금 등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구체적으로 협의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 국민 지급을 지속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선별지급을 고집하고 있어 국민의 80~90% 대상으로 지급하는 중재안 도출이 유력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 당은 전 국민 지급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주장인데 정부는 국민 70% 대상으로 하자고 하고 이에 지도부는 90%를 제안했다"며 "절충하면 80~90% 안에서 지급대상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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