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25세 1급 비서관과 능력주의

입력 2021-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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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청와대가 96년생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1급 비서관으로 임명한 후 2030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고 한다. 인맥을 통해 대한민국 역사상 역대 최연소 1급 공무원이 탄생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고, 정무직 공무원 그리고 청년비서관의 특성을 감안할 때 25세 1급 비서관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언론이 문제의 초점을 25세 1급 비서관에 두어 생물학적 나이가 이슈의 중심에 올랐으나 실제 수많은 이들이 박탈감을 느낀 이유는 이번 인사가 공정한 채용 과정을 통해 진행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번 인사로 인해 공교롭게 박성민 청년비서관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잘못된 인사로 애꿎은 젊은 정치인까지 피해를 봤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는 메시지에 가장 많은 환호를 보낸 건 젊은 세대였다. 이들이 생각하는 능력주의는 30대 야당 대표가 부르짖는 할당제 폐지 등과 100% 일치하지도 않는다. 제발 기회라도 평등하게 부여되고 선발 과정에서 특권이나 인맥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당 과정을 진행해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젊은이들의 이런 요구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당초 남녀공동비서관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2030세대 중 적합한 남성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그의 인터뷰 내용에 필자는 당혹스러움마저 느꼈다. 정부의 방향성에 맞고 2030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게 목적이라면 공개 채용을 통해 적합한 인물을 찾았어야 했다.

더욱이 이 정무수석은 청년비서관 자리는 정무직이고 근무 기간도 대통령 임기까지 최장 1년이 안 되니 이런 점을 고려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를 단순 이벤트로 고려했다는 점 이외에 해석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해당 발언은 의욕을 갖고 열심히 임하려는 박성민 비서관의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생과 직장인이 즐겨 찾는 에브리타임과 블라인드 앱에서는 박탈감을 느낀다는 글이 지금도 넘쳐나고 있다. 정말 젊은 인재를 찾고 싶었다면 공개 채용을 통해 모든 2030세대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었어야 했다. 그리고 당 경력 유무와 상관없이 청년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을 투명한 절차로 선발했어야 했다.

이번 논란으로 우리 사회에서 능력주의가 다시 부활되는 현상을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능력 또는 실력을 쌓는 건 부모의 부와 지위, 태어난 지역 등 수많은 요소에 의해 복합적으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다수의 경영학 연구에서도 능력주의를 지향한 조직이 우수한 성과를 만든다는 연구결과는 그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주의를 꽤 많은 이들이 원한다는 점이다. 부모의 부와 지위, 태어난 지역에 의해 능력의 격차가 생기는 것보다 인맥의 격차에 의해 사회적 우열이 생기고 있다고 지금 젊은 세대는 생각하고 있다. 사실 젊은 세대가 아니라 한국에서 능력보다 인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이다.

능력주의가 재조명을 통해 부활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경쟁은 엄연히 존재하는데 대부분의 경쟁이 공정한 과정을 통해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다수가 느낀다는 점이다. 둘째, 열심히 땀 흘린 개인의 노력이 인맥이라는 높은 장벽 앞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다수가 느낀다는 점이다.

이번 25세 1급 비서관 임명에 대한 젊은이들의 박탈감도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았고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에서 주요 정치인과 인맥을 쌓고 종편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인사가 청년정책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지 그리고 정말 2030세대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인지 그들은 지금 묻고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그렇기에 정부가 늘 강조하는 것처럼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부여한 후, 과정은 공정하게 운영해야 결과를 정의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땀 흘린 노력이 인맥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절망이 능력주의를 부활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진짜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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