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보험시장 매년 역성장…디지털로 승부”

입력 2021-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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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보다 미래 가치 위한 상품 개발
베트남 진출 양적 성장 돌파구 마련
직급ㆍ임금 등 통합된 회사 융합 과제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내정자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소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신한라이프의 새로운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내정자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소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신한라이프의 새로운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보험산업은 사회구조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다.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소비자의 디지털화 등의 경영환경 변화가 이제는 뉴노멀로 굳어지고 있다. 보험사가 이러한 경영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성장은 커녕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달 1일 새롭게 출범하는 신한라이프를 이끌 성대규 사장은 기략종횡(機略縱橫·어떤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빈틈없는 전략)을 통해 위기일발의 시장에서 성장을 예고했다. 성장의 첫 번째 발판은 헬스케어로 삼았다.

◇ 헬스케어, 남아공 ‘바이탈리티’ 모델 벤치마킹…플랫폼은 ‘카뱅’ 발상 주시 = 성 사장은 이달 23일 서울 중구 신한생명 본사 내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헬스케어 데이터가 집적되면서 보험의 성격도 배타적(exclusive)이었다가 포괄적(inclusive)으로 바뀌었다”며 “의료보험을 공공의료 시선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 의료보험은 민간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성 사장은 헬스케어가 발달한 국가 대부분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돼 있는 점을 언급하며 국내 헬스케어 시장 역시 의료보험이 공공의 영역이라고 단정 내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가 발달한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두 의료보험을 민영보험사에서 한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성 사장은 보험개발원장 시절 직접 방문한 남아공 디스커버리사(社)의 바이탈리티 프로그램을 신한라이프 헬스케어 사업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다. 당시 바이탈리티 프로그램을 도입한 차태진 AIA생명 사장 도움으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던 것이다.

성 사장은 “디스커버리사가 20년간 의료보험을 제공하면서 환자의 코호트를 추적 조사했고, 그 사람의 식단, 운동, 소비행태를 바탕으로 바이탈리티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며 “(이 같은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쉬운 미션이 아니기 때문에 더디지만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라이프의 헬스케어 사업부는 사내벤처 형태로 있으며 향후 사업이 확대되면 자회사로 독립할 가능성이 있다. 성 사장은 헬스케어 사업부를 집무실 바로 옆에 둘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성 사장은 헬스케어 뿐만 아니라 사업을 검토 중인 소액단기보험회사 설립 방안으로 ‘카카오뱅크 유형’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 등의 플랫폼사들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성 사장은 헬스케어 플랫폼을 육성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포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1980년대 만들어진 보험사들은 15년 가까이 적자를 내다 흑자로 전환했으나, 카카오뱅크 등 스타트업들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했다”고 플랫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성 사장은 헬스케어 사업부의 운영 과정에서 난관이 있을 것 같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다양한 보상구조가 있어야 하는데, 직급별로 월급을 주는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못 온다”며 “20대 개발자의 연봉이 1억5000만 원이면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데 회사 조직에 비하면 임원급이다. 조직 구조가 스타트업과 안맞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존의 틀 안에서 하는 게 아니라 자율적이고 스타트업처럼 헬스케어 사업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양적 성장 한계·조직 내 화학적 결합 과제…“F1 경기 각오로” = 성 사장은 양적 성장의 한계란 외부 제약과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조직간 화학적 결합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성 사장은 “규모면에서 글로벌화되지 않은 국내 회사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인구 감소로 인해 국내에서 양적 성장이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점진적으로 국내 시장은 매년 1~2% 이상 매출(초회보험료)이 떨어질 것으로 보며 10년 후에는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원들에게도 가치경영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는 “외형에 신경쓰지 말고 미래가치, 즉 10~20년 후의 가치를 위한 상품을 개발하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신한라이프는 외형적인 성장은 베트남 시장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다. 성 사장은 “규모면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어려워도 해외진출을 하지 않고서는 살 길이 없다”며 “베트남에 진출하는 것도 10년 후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에 투자한 자본금(1100억 원)을 기반으로 신한은행·신한카드와 함께 협업해서 초기에 큰 손실 없이 충분히 안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신한라이프는 양적인 측면에서는 국내에서도 열심히 하겠지만 해외시장에서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성 사장은 이 같은 전략이 유기적이고 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비유적으로 포뮬러1(F1) 경기를 얘기한다”며 “바퀴를 빨리 바꿔가면서 달리는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F1은 바퀴를 안바꾸면 타이어가 타버려 더이상 달릴 수 없고, 그렇다고 바퀴를 바꿀 때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한라이프 역시 단기 목표를 달성하면서 그 여유분을 가지고 성장전략을 세우고 있다”먀 “재무적인 목표를 달성하면서 장기성장에 투자하는 것으로, 장기적인 투자 없이는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성 사장이 마주한 또 다른 과제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융합이다. 서로 다른 두 회사가 하나로 통합된 만큼 새로운 회사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성 사장은 최근엔 신한생명 노동조합, 오렌지라이프 노동조합 양측에 본사 직원의 직급, 임금체계 등을 조율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성 사장은 신한라이프 합병 과정에서 구성했던 ‘뉴라이프추진팀’을 ‘일류혁신팀’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는 “항상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가 아닌 신한라이프의 사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신한라이프의 기업문화를 일류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류란 게 덩치가 1등이란 게 아닌 문화와 가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성 사장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젊은 직원들이 ‘포텐’라는 통합 기업문화를 만들었는데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다”라며 “이는 디지털 문화, MZ세대에 맞는 문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사장은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임원이 불편해야 한다”며 “임원이라도 보고서는 본인이 작성해야 하고 매달 이 실천 현황을 받고 있으며, 임원들이 더 일을 많이 하는 선진국형 임원 체계를 만들어야 문화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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