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2분기에 1조2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판매 회복세가 지속했고, 고수익 차종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며 반도체 부족이라는 악재를 효과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 평균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기아는 2분기에 1조276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0% 급증한 수치로, 기아의 역대 2분기 실적 중 최대치다. 매출은 17조5581억 원으로 전망된다. 실적이 예상에 부합하면 기아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17조 원을 넘게 된다.
현대자동차도 분기 영업이익이 7년 만에 1조8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분기에 영업익 1조8207억 원, 매출 29조3998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분기 영업익이 1조8000억 원을 넘어선 건 2014년 4분기 이후 7년 만의 기록이다. 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 매출은 역대 최대치다.
양사는 1분기에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기아는 1분기 영업익이 1조7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2%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도 3.4%포인트 상승한 6.5%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2012년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현대차도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대비 91% 증가한 1조6566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6%로 2016년 2분기 이후 최고치였다.
기아와 현대차의 1분기 호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저효과에 고수익 차종의 판매 증가가 더해진 결과다.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고, 해외에서도 인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판매 회복세로 더 많은 차를 팔았다.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이 확대되며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2분기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며 양사의 호실적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미국에서 최근 3개월 연속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고, 인도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에 정상화를 꾸준히 이뤄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이라는 변수가 발생했지만, 실적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에 일부 차질이 있었지만, 굳건한 수요가 유지돼서다. 반도체 부족은 세계 완성차 업계 전반의 문제인 만큼, 양사가 경쟁사보다 효과적으로 수급 불안에 대응하며 되레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사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 큰 영향을 받으며 판매가 감소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판매 증가세를 이어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족에도 불구하고 4~5월 출하가 기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라며 “미국 시장 경쟁자 또한 생산 차질을 겪고 있어서 경쟁완화(인센티브 축소) 등 긍정적인 영향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기아는 하반기에 주력 차종인 스포티지의 신형 모델과 첫 전용 전기차 EV6를 출시할 예정이라 성장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도 아이오닉5 출고를 본격화하고 미국 시장에 GV70, 싼타크루즈를 출시하는 등 신차 사이클이 지속한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내수 시장 점유율 확대 및 제네시스 판매 호조세가 지속하며 브랜드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다”라며 “국내, 미국, 인도 중심의 호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