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이 모 씨(35)는 암호화폐에 있던 투자금을 모두 현금으로 바꿔 주식계좌로 이체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하며 짭짤한 수익을 남겼지만, 최근 ‘무더기 코인 상장폐지’를 겪으며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루 수백 퍼센트씩 움직이는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며 오히려 주식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위축되자 갈 곳 잃은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6조6244억 원을 기록했다. 주식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5월 말 기준 64조737억 원에서 한 달 만에 2조 원 넘게 뛰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 올 초부터 몸집을 줄었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68조0171억 원을 기록했던 투자자 예탁금은 2월 63조8585억 원→3월 62조6224억 원→4월 58조4166억 원으로 급감했다가 5월부터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이 늘어나는 배경 중 하나로 최근 암호화폐 시장 폭락이 거론된다. 최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줄지어 ‘무더기 코인 상장폐지’에 나서면서 각 코인의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어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업체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점도 투자심리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유동성 축소 소식도 암호화폐 투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가격도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현재 빗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398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앞서 4월 중순 1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 원 선에서 움직이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과 비트코인 가격 간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음을 살필 때 유동성 흐름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다. 정확한 사례라 할 수 없지만, 2018년 초 비트코인 급락 당시에도 미국 연준이 2017년 12월부터 금리 인상 사이클을 재개한 것도 비트코인 가격 폭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상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만, 가상화폐 변동성을 겪은 이들에겐 오히려 안정적인 투자처로 취급된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따른 유동성 장세 마무리에도, 경제활동 정상화에 따른 회복 국면 진입 기대감 역시 증시 매력도를 더하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금융시장은 2023년 양적완화 중단을 예상한다. 내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은 증시 조정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유동성 장세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경험했다. 올해부터는 주식시장이 녹록지 않음을 경험했을 것이다.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은 단기 성과에 너무 집중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한다. 소득 일부분을 저축하듯이 적립식으로 우량주식을 사 모으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