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사업은 중견건설업체인 S사가 약 2년반에 이르는 시간을 들여 90% 이상 추진한 사업임을 감안할 때 엠코의 이 같은 행태는 상도의를 벗어난 행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엠코가 최근 S사 대신 시공권을 확보한 단지는 지역조합 주택사업으로, S사는 시행 대행사와 함께 지난 2007년 상반기부터 사업 착수에 들어갔다. S사는 실질적으로 은행권이 부동산 관련 PF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한 2007년 하반기부터 토지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권 PF에 나섰으며, 이에 따라 215억원의 PF대출을 일궈 내는데까지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실시한 조합원 모집도 S사가 추진했다. S사는 두 차례에 걸친 모집에서 총 396가구 중 351가구의 조합원을 확보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은 부재자 토지 매입 등으로 사업이 난관에 부딪히면서부터다.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는 '알박기' 성 토지까지 나오자 사업비용은 증가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S사는 조합원 및 시행대행사와 거리가 발생하게 됐다.
결국 S사는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추가부담금 발생은 없다는 당초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반발, 시공사 교체를 주장하게 됐다.
이때 등장한 것이 엠코. 엠코는 조합원들에게 현대차 그룹 계열사란 장점을 설명하며, 아울러 S건설에 대해 당시 진행되고 있는 건설사 대주단 평가에서 C나 D등급을 받아 워크아웃이 될 것이란 흑색선전까지 병행하면서 홍보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지난달 22일 조합측은 S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잇따라 23일에는 엠코와 새로운 시공사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비신사적인 행동'이란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건설사들끼리는 조합원들이 먼저 접근해 오지 않는 한 시공사 교체에 나서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룰'로 통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경우처럼 한 건설사가 2년 이상 시간을 들여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상당 부분 사업을 진행한 상태에서 시공사를 교체하는 것은 전례에 보기드문 일이라는 게 S사 측의 주장이다.
S사 관계자는 "엠코가 시공사로 변경돼 조합원들에게 이득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이는 사업비 추가 발생에 따른 추가부담금 문제지 시공사가 어디냐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더욱이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판에서 상대 건설사가 워크아웃 대상이니 하는 흑색선전까지 하는 것은 말그대로 재벌 계열사의 행위치고는 전혀 신사답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는 기존 시공사가 다른 회사로 교체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시공사와 오랜 싸움에 지친 조합원들이 스스로 다른 회사를 찾아가 시공을 맡아주길 권하는 경우며, 기존 시공사와도 거의 관계 절연이 이루어진 상태에 한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조합과 기존 시공사간의 협희가 아직 완전히 단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회사가 들어오는 경우는 예외적인 일이라는 것.
이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엠코의 수주 욕심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과거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후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구 회장 계열 인력들로 만들어지게 된 엠코는 그동안 주로 현대차그룹과 관계된 건설사업만 추진해 왔으며 주택사업을 비롯한 공공수주 등의 사업 실적은 일천한 상태다.
특히 주택사업은 현재 입주를 마친 인천 부평구 삼산동 부평엠코타운 외엔 울산과 진주에서 분양을 했지만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주택건설 수주실적을 쌓으려는 엠코의 무리가 이같은 현상을 불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엠코의 주택사업은 현대건설 출신의 주택개발본부 J 전무가 총괄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실적으로만 본다면 그룹 내 건축사업만 해온 엠코에 비해 중견 주택전문업체들이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라며 "주택실적 대신 모기업을 내세우는 행위는 말 그대로 재벌 계열사가 취할만한 행동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