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판교만의 문제?!…글로벌 IT 기업도 줄 퇴사·리더십 위기

입력 2021-06-28 17:53 수정 2021-06-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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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페이스북…리더십 위기로 내부 불만 쌓여
주커버그 '제왕적 리더십' 피차이는 '우유부단'

▲회사의 성장과 달리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왼쪽)와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AP/뉴시스)
▲회사의 성장과 달리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왼쪽)와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AP/뉴시스)

네이버, 카카오, 크래프톤 등 선망의 대상이었던 IT기업에서 최근 직장 갑질 등으로 곪았던 기업 문화의 환부가 드러나고 있다.

네이버는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최인혁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물러났고, 카카오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통보하는 잔인한 동료 평가가 도마 위에 올라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자랑하는 크래프톤은 직장 갑질 의혹이 불거져 관계 당국과 사측이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연이어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국내 IT기업 문화를 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식 성과주의가 한국에 들어오며 '헬조선화' 됐다는 자조가 나온다. 한데 최근 세계적인 IT기업 구글, 페이스북도 리더십 위기를 맞으며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전화 부스 갑질 같은 인격 모독에 가까운 사례는 없지만, 급속한 외적 성장에 비해 내부 조직 문화와 CEO의 리더십이 발맞춰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는 비슷하다.

한때 최고의 CEO로 꼽혔던 주커버그…과거의 영광은 어디로?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안팎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AP/뉴시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안팎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AP/뉴시스)

페이스북에서는 마크 주커버그의 수직적인 리더십을 두고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이른바 '제왕적 리더십'으로 불린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17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직원들이 마크 주커버그에 대한 신뢰를 잃고있다"며 그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내부에서는 특히 주커버그를 비롯한 페이스북 경영진이 최근 페이스북을 향한 각종 규제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포춘은 "페이스북이 사생활 침해, 허위정보 유포, 혐오 발언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가운데, 주커버그가 직원들에게도 인기가 없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3년 '종업원이 뽑은 최고의 CEO 1위'에 올랐던 주커버그는 이제 조사 순위권인 100명 안에도 들지 못했다. (AP/뉴시스)
▲2013년 '종업원이 뽑은 최고의 CEO 1위'에 올랐던 주커버그는 이제 조사 순위권인 100명 안에도 들지 못했다. (AP/뉴시스)

허위 정보, 사생활 침해 관련 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원들의 불만은 설문조사로도 드러난다. 주커버그는 세계 최대의 구인·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선정한 ‘종업원이 뽑은 최고의 CEO 100’에서 처음으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평가는 실제 페이스북 내부 직원들의 평가로 결정된다. 2013년 주커버그는 같은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불과 8년 만에 직원 평가가 뒤집어진 것이다.

"부사장 36명이 떠났다"…'우유부단' 구글 CEO 피차이 리더십

▲순다르 피차이는 알파벳 최고경영자이자 구글 CEO로 구글 툴바,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 출시 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회사를 키웠다. (AP/뉴시스)
▲순다르 피차이는 알파벳 최고경영자이자 구글 CEO로 구글 툴바,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 출시 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회사를 키웠다. (AP/뉴시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의 리더십은 주커버그와 달리 너무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피차이는 평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변을 잘 챙겨주는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런 성격이 정작 경영자로서 소극적이고 느린 의사결정을 낳는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전·현직 구글 임원 15명은 상투적인 고정관념, 비생산적인 토론문화, 무기력한 관료주의 등 오랜 대기업의 특성이 현재 구글에 드러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피차이 CEO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구글은 수익 면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의 우유부단한 리더십에 대한 구글 전현직 임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18년 12월 11일 구글의 사생활 보호와 개인정보 정책과 관련 의회 청문회 당시 모습이다. (AP/뉴시스)
▲순다르 피차이의 우유부단한 리더십에 대한 구글 전현직 임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18년 12월 11일 구글의 사생활 보호와 개인정보 정책과 관련 의회 청문회 당시 모습이다. (AP/뉴시스)

피차이의 느리고 소극적인 의사결정은 특히 '인사'에서 드러난다. NYT는 2018년 공석이 된 구글 법률 자문위원 자리를 내부 승진 방식으로 채우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고 보도했다. 피차이의 이 같은 느린 경영 방식에 불만을 갖고 회사를 떠난 부사장만 지난해부터 36명에 달한다.

느리고 신중한 피차이의 리더십이 빠른 혁신과 대응이 필요한 IT 대기업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구글 엔지니어링 담당 임원이었던 데이비드 베이커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구글의 조직 문화 탓에 자신의 업무 열정이 사라졌다”며 “구글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일수록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도 심해졌다”며 자신의 퇴사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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