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거지 재개발, 사업 반대하는 주민들은 빼고 간다?

입력 2021-06-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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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저층 주거지. (박종화 기자 pbell@)
▲서울의 한 저층 주거지. (박종화 기자 pbell@)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노후 주거지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사업 방식을 전면 수용에서 부분 수용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업 속도를 위한 정책이 되레 알박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건축위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노후화된 저층 주거지의 효율적인 정비를 위한 건축계획 비교ㆍ분석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노후 주거지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건축ㆍ도시계획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도로ㆍ공원ㆍ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열악한 노후 주거지에선 가로주택정비사업(도로망을 유지한 채 그 내부 주거지만 정비하는 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보다는 전면 재개발이 주거 환경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게 국가건축위 판단이다.

국가건축위 "재개발 찬성하는 주민들만 포함해 사업 진행할 필요"
국가건축위는 재개발 관련 법규 가운데서도 토지 확보 방식 제도 개편에 관심을 두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등에 따르면 현재 재개발 사업은 대부분 구역 내 토지를 전면 수용ㆍ전면 철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연스레 구역 내 땅을 가진 모든 사람이 조합원이 되고 이들에게 일정비율 이상 동의를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토지 확보만 해도 조합원 중 75% 이상에게 동의를 받아야 조합이 수용권을 가질 수 있다.

국가건축위 측은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다양한 재개발 사업에선 이런 제도가 사업 차질 요인이 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재개발 구역 내 임대사업자나 자영업자는 재개발로 수입이 끊기기 때문에 사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 주민 스스로 재개발 사업을 포기하는 구역이 속출했던 건 이런 배경에서다.

국가건축위는 대안으로 이번 용역에서 부분수용 제도를 연구하기로 했다. 재개발 사업에 찬성하는 토지주 땅만 수용, 재개발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말하면 재개발에 반대하는 토지주 땅은 빼고 재개발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국가건축위는 이번 용역에선 실제 재개발 후보지를 대상으로 부분수용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을 때 사업성을 분석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건축ㆍ도시계획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국가건축위 관계자는 "전면수용 방식이 아니더라도 유동성 있게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자는 것"이라면서도 "실제 정책으로 입안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연구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비현실적 방안" "알박기 횡행할 것"
전문가들은 부분수용 방식이 실효성이 없다고 우려한다. 재개발 구역이 줄어들면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해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개발 추진 구역과 존치 구역이 혼재된 상태에선 일조권이나 인동 거리(마주보는 건축물 사이 거리) 규정 때문에 제대로 된 건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취약점을 이용해 꼭 필요한 땅을 사들여 조합 등에 비싼 값에 되파는 알박기가 횡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대형 필지 일부는 배제할 수 있겠지만 재개발에 반대하는 토지주 땅이 산재해 있으면 재개발에서 해야 하는 도로 등 기반시설 정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비현실적인 방안이라서 상당히 목표 달성이 어려운 과제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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