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4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정부의 ESS 화재 대책 발표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ESS 사업 관련 업체들은 어떤 결론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최근 '제3차 ESS 화재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2월 ESS 화재 대책 발표 이후 추가로 발생한 화재 4건이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들을 비롯해 배터리 업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화재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나 결과 발표 시점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움직임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ESS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지난해 2차 조사위의 발표처럼 이번 조사에서도 ‘배터리 결함’에 무게를 둔 결과가 나온다면 관련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7년부터 전국적으로 ESS 화재가 20건 넘게 발생하자 2019년 정부는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를 시작했다.
6개월간의 활동 끝에 조사위는 ‘제조결함에 관리부실이 겹친 복합 인재’라는 두루뭉술한 결론을 냈다.
이후로도 ESS에서 화재가 끊이질 않자 정부는 2차 조사위를 꾸렸고, 지난해 2월 조사위는 화재 사건 5건 중 4건의 원인을 ‘배터리 결함’이라고 지목했다.
안전 대책도 발표했다. 정부는 ESS 신규설비의 경우 옥내 80%, 옥외 90%의 충전율 제한조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설비는 하향 권고하도록 했다. 모든 ESS 설비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내용도 담겼다.
배터리 업계는 조사위의 결과에 대해 “ESS 화재와 배터리와의 인과관계는 없다”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이후로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그 이후로 ESS의 가동률을 80~90%로 낮추고 이 과정에서 줄어드는 수익성을 보전해주는 식으로 대응해왔다"며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들어 업계에서는 ESS 사업을 다시 키우려는 움직임을 이어왔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9월까지 ESS 배터리 전용 생산설비에서 생산된 ESS용 배터리를 대상으로 자발적 교체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비용만 4000억 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ESS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앞으로의 사업 확장에 힘을 쏟으려는 차원으로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화재 조사가 시작된 만큼, 배터리 업계에서는 3차 조사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ESS 화재도 포함돼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아직 원인을 조사하는 단계인 만큼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정해서 말하기 어렵다"며 "결론이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배터리 업체 관계자도 "배터리에서 불이 났다고 배터리가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 여전히 업계의 입장"이라며 "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됐다고 해서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